유리기판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진 경쟁력은 오랜 기간 축적된 디스플레이 기술력과, 이를 반도체용 고성능 소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공정 기술에 있습니다. 한국은 초박형 유리와 초평탄 기판을 다루는 노하우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데, 이 기술이 최근 각광받는 반도체용 유리기판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OLED와 고해상도 패널 생산을 통해 이미 높은 수준의 정밀 유리 가공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얇고 균일한 유리를 대면적으로 다루는 기술, 미세한 불순물을 줄이는 공정, 높은 투명도와 내열성을 유지하는 소재 설계 등이 모두 경쟁력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이 반도체용 유리기판에도 응용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유리기판이 기존 실리콘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패키징 소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열과 신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리 소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공정을 통해 다져온 초정밀 가공 기술을 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하며, 유리 코어(Glass Core)와 인터포저(Interpose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유리 가공은 미세 크랙 발생이나 낮은 수율, 정밀 비아(미세 구멍) 가공의 어려움 등 기술적 장벽이 높습니다. 이런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가 향후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한편 해외 수요 흐름을 보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장이 유리기판 시장을 강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메모리와 고속 반도체 패키징에서 유리기판의 채택이 점차 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가 시장 성장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용 유리도 여전히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어, 전자·반도체 양쪽에서 균형 있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정밀 공정과 소재 기술력, 그리고 빠른 양산 전환 능력에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쌓은 경험이 반도체 패키징 혁신으로 이어지며, 유리기판 시장에서 한국은 ‘기술 기반의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고성능·저열팽창 유리와 미세 가공 기술이 승부처가 될 것이고, 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리더십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