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채권 투자를 하면 괜히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어요. 겉으로 보면 채권은 그냥 이자 받는 안정적인 상품 같지만,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이 구조가 흔들려요. 그래서 투자하기가 확실히 까다로워져요.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게 금리 문제예요.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확률이 커지잖아요. 금리가 오르면 새로 나오는 채권은 더 높은 이자를 달고 나오는데, 이미 시장에 깔려 있는 옛날 채권은 낮은 이자를 주니까 매력이 확 떨어져요. 그러면 그 채권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요. 그냥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평가손실이 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또 하나는 실질 가치 문제예요. 채권 이자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물가가 그보다 더 빨리 뛰면 사실상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잃는 셈이에요. 연 3% 이자 받아도 물가가 6% 오르면 내 돈의 구매력은 줄어드는 거니까요.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는 채권 수익이 체감상 거의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해요.
거기에다가 금리 전망도 불안정해져요. 시장이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지, 어느 정도에서 멈출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이런 상황이면 투자 타이밍을 잡는 게 정말 힘들어요. 지금 사면 더 떨어질지 모르는 게 채권이라서요.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망설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채권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죠.
결국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채권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해요.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면 실질 수익이 줄고,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기도 어려워지고…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겹치니까 안정적이던 채권이 오히려 불안한 자산처럼 느껴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