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당뇨 진단을 받으신 아버지께서 돼지감자차를 매일 드시기 시작했거든요. 주변에서 당뇨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신 건데, 저도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돼지감자가 천연 인슐린이 들어있다는 말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고 있잖아요. 근데 알고 보면 좀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돼지감자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해바라기와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이 피는 식물이에요. 뿌리 부분이 울퉁불퉁한 덩이줄기인데, 이 모양이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돼지감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영어로는 Jerusalem artichoke라고 하는데, 예루살렘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니 이름이 참 재미있지요.
돼지감자의 핵심 성분은 이눌린이에요. 말린 돼지감자에는 이눌린이 약 75%나 들어있거든요. 이눌린은 과당이 여러 개 결합된 다당류인데,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가 안 돼요. 그래서 먹어도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같은 양의 감자를 먹었을 때와 비교하면 혈당 상승 폭이 확연히 적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돼지감자에 천연 인슐린이 들어있다는 말은 사실 정확한 표현이 아니에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이 부분을 짚어주셨는데, 이눌린은 인슐린과 이름이 비슷할 뿐이지 인슐린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에요. 이눌린이 직접 혈당을 낮추는 게 아니라, 소화되지 않고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면서 간접적으로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거예요. 이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해요.
그렇다고 돼지감자가 효능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이눌린은 수용성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해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서 장 건강을 개선하고 배변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어요. 장 건강이 전반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건 요즘 많이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돼지감자 100g당 칼로리가 약 35kcal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일반 감자가 100g당 80kcal 정도인 걸 생각하면 절반도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이눌린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줘서 식사량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먹는 방법 중 가장 대중적인 건 차로 끓여 마시는 거예요. 돼지감자를 깨끗이 씻어서 얇게 썬 다음 건조시켜요. 이걸 물에 넣고 10-15분 정도 끓이면 되는데, 열을 가하면 이눌린이 더 잘 추출되거든요. 맛은 살짝 달짝지근하면서 은은한 풍미가 있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요. 생으로 먹어도 되는데, 아삭한 식감이 괜찮아요. 샐러드에 채 썰어 넣거나 김치를 담가 먹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부작용도 알아두셔야 해요. 이눌린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가 생길 수 있어요.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한 분들은 처음에 소량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거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돼지감자에는 칼륨(포타슘)이 많이 들어있어요. 신장 합병증이 있는 당뇨 환자분들은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으니 의사와 상담 후에 드시는 게 안전해요.
돼지감자가 당뇨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식이 보조로 활용하기에는 좋은 식품이에요. 다만 당뇨약을 드시고 있는 분이라면 돼지감자만 믿고 약을 중단하시면 절대 안 된다는 점, 꼭 기억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