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는데요, 얼마 전에 등산 모임에서 산길을 걷다가 보라색 꽃 한 송이가 땅 위로 쏙 올라와 있는 걸 봤어요. 같이 간 분이 “그거 깽깽이풀이야”라고 알려주셔서 처음 이름을 들었는데,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잖아요. 그래서 집에 와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됐습니다.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Jeffersonia dubia예요. 이 학명은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 북미에도 비슷한 종이 있어서 그렇게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 중턱 이하 낙엽활엽수림 아래에서 자생하고 있고, 중국 동북부나 러시아 아무르, 우수리 지역, 일본 등에도 분포하고 있습니다.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어요. 옛날에 개가 풀을 뜯어 먹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이 깽깽거리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는데, 실제로 이 풀의 뿌리에는 베르베린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서 많이 먹으면 근육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깽깽이풀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꽃의 생김새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꽃잎은 6-8장 정도이고 연한 보라색에서 짙은 보랏빛까지 다양해요. 수술은 8개가 달려 있고, 길이 20-30cm 정도 되는 꽃대 끝에 한 송이씩만 피어나요. 개화 시기는 보통 3-4월 사이인데, 잎보다 꽃이 먼저 올라오는 게 특징이에요. 꽃이 피고 나서야 잎이 천천히 펼쳐지거든요. 그런데 개화 기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안 돼서 타이밍을 잘 맞춰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화 조건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에요. 날이 조금만 흐리거나 기온이 낮으면 꽃잎을 아예 열지 않고,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오면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버리기도 해요. 그래서 맑고 따뜻한 봄날을 골라서 산에 가야 제대로 된 깽깽이풀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런 예민한 성격 때문에 야생화 촬영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 난이도가 높은 꽃으로 알려져 있어요.
잎도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요, 둥그스름한 모양에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출렁거려요. 처음 나올 때는 적갈색이었다가 점차 녹색으로 변하는데, 표면에 물이 닿아도 젖지 않는 성질이 있어서 연잎이랑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줄기 없이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오는 것도 특이한 점이에요.
한방에서는 깽깽이풀의 뿌리줄기를 가을에 캐서 그늘에 말린 것을 조황련이라고 부르는데, 청열사화, 해독, 조습, 살충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주요 성분인 베르베린은 항균 작용이 있어서 예전에는 눈병 치료에도 쓰였다고 하고요. 다만 독성이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 없이 함부로 복용하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깽깽이풀은 한때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으로 등록되어 있었어요. 무분별한 채취가 가장 큰 위협 요인이었는데, 다행히 보호 노력 덕분에 개체수가 점차 회복되면서 2011년 이후 법정 보호종에서 해제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야생에서 마주치기 쉽지 않은 꽃이라, 만약 산에서 발견하더라도 채취하지 않고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좋겠지요.
집에서 깽깽이풀을 키워보고 싶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 바람이 잘 통하고 서늘한 곳에 심는 게 포인트예요. 번식은 씨앗과 포기나누기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씨앗은 5월 하순 이후 꼬투리가 노랗게 익었을 때 수확해서 바로 뿌리는 게 좋고, 늦어도 8월까지는 파종해야 이듬해 봄에 싹이 틉니다. 포기나누기는 꽃이 진 후에 하는데 한 포기당 4-5개의 눈이 붙도록 나누어 심으면 됩니다. 습기 있는 토양을 좋아하니까 물 관리도 신경 써주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