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넌큘러스 구근 심는 시기와 물주기 그리고 개화 후 관리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3월 초에 꽃시장에 나갔다가 구근 판매 코너에서 한참 서성거렸어요. 튤립이랑 히아신스도 탐났지만 결국 장바구니에 담긴 건 라넌큘러스 구근 열 개였습니다. 꽃잎이 겹겹이 말려 있는 그 특유의 자태가 너무 예뻐서 한번쯤 직접 키워보고 싶었거든요. 막상 집에 가져오니 구근이 너무 바싹 말라 있어서 이게 과연 꽃을 피울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검색을 뒤지고 꽃가게 사장님께 물어보며 처음 심었던 그때의 시행착오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라넌큘러스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알뿌리 식물로 지중해 동부가 원산지예요. 꽃말이 매력, 매혹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라 결혼식 부케나 기념일 선물로도 많이 쓰이지요. 국내에서는 태안 튤립축제나 에버랜드 봄 축제에서 대규모로 피어난 모습을 볼 수 있고, 캘리포니아 카를스배드나 뉴질랜드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라넌큘러스 밭이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꽃색이 노랑, 분홍, 빨강, 주황, 흰색, 심지어 초록빛이 도는 것까지 정말 다양해서 한 화분에 서로 다른 색을 심어두면 봄철 베란다가 화사해져요.

 

심는 시기는 보통 가을인 10월-11월이 적기입니다. 라넌큘러스는 저온 자극을 받아야 꽃눈이 분화되거든요. 한겨울을 거쳐 봄에 개화하는 원리라 따뜻한 실내에만 둬서는 꽃이 잘 안 펴요. 봄심기도 가능하긴 한데 이 경우엔 2월 말부터 3월 초에 구근을 불려서 심어주시면 4월-5월쯤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봄에 구근을 뒤늦게 구입했다면 실온 15-20도 정도 되는 곳에 두고 관리해야 실패 확률이 낮아져요.

 

구근을 심기 전에는 반드시 불리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마른 구근을 그대로 심으면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썩거나 싹이 안 나올 수 있거든요. 젖은 키친타월이나 수건에 구근을 싸서 서늘한 곳에 6-12시간 정도 두면 구근이 통통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너무 오래 물에 담그면 오히려 곰팡이가 생기니 반나절 정도가 적당해요. 부풀어 오른 구근은 다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해서 흙에 2-3cm 깊이로 심어주시면 됩니다.

 

흙은 배수가 잘 되는 걸로 쓰는 게 중요해요. 원예용 상토에 마사토나 펄라이트를 3:1 정도로 섞어주면 무난합니다. 라넌큘러스는 과습에 굉장히 약해서 물빠짐이 나쁘면 구근이 그대로 물러버리거든요. 화분 바닥에는 배수층을 꼭 깔아주시고 받침에 고인 물은 바로바로 버려주세요. 물주기는 겉흙이 손끝으로 만져봤을 때 말랐을 때만 주는 게 원칙이고, 화분 밑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한번에 충분히 주신 다음 다시 흙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패턴을 유지해야 합니다.

 

햇빛은 반양지에서 양지 사이가 좋아요. 오전 햇살을 4-6시간 정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이상적이고, 한여름 직사광선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니 피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적정 생육 온도는 15-20도로 우리나라 봄 날씨랑 딱 맞는 편이에요. 온도가 25도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꽃이 금방 시들고 잎도 누렇게 변하면서 휴면기에 들어갑니다. 보통 개화 기간은 2-3주 정도이고 관리가 좋으면 한 달 가까이 꽃을 즐길 수 있어요.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희석한 액체비료를 한 달에 2-3회 주면 꽃 색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꽃이 다 지고 잎이 누렇게 마르기 시작하면 구근을 수확해야 합니다. 장마와 여름 고온을 견디지 못해서 그대로 두면 구근이 썩어버리거든요. 잎이 완전히 마른 뒤 구근을 캐내서 흙을 털어내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일주일 정도 바짝 말려주세요. 말린 구근은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면 다음 해 가을에 다시 심을 수 있습니다. 보관 온도는 10-15도가 적당하고 냉장고 야채칸은 너무 습할 수 있으니 피하시는 게 좋아요.

 

수경재배도 가능한데 뿌리가 어느 정도 자란 구근을 유리병에 올리고 뿌리 끝만 물에 닿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물은 3-4일에 한 번씩 갈아주고 구근 본체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수경으로 기른 라넌큘러스는 꽃이 진 뒤 구근이 많이 약해져서 보통 일회성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고, 두고두고 볼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흙에 심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올봄에 꽃을 기르며 얻는 작은 성취감, 라넌큘러스로 한번 시작해보시면 봄이 기다려지는 새로운 취미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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