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시골 어머니께서 꼭 챙겨 보내 주시는 게 있어요. 냉장고를 열어 보면 신문지에 싸인 초록색 새순이 한 움큼 들어 있는데, 그게 바로 참두릅입니다. 매년 같은 방식으로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도 이상하게 질리지가 않더라고요. 쌉싸름한 그 맛이 봄이 왔다는 신호 같기도 하고, 어딘가 원기를 보충해 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두릅이 정확히 어떤 나물인지,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은 의외로 적더라고요.
참두릅은 두릅나무 가지에서 봄에 돋아나는 새순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두릅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참두릅, 개두릅(음나무 순), 땅두릅(독활의 새순)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참두릅이 가장 널리 식용되고 마트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나무에서 따낸다는 점에서 땅에서 올라오는 땅두릅과는 구분됩니다. 껍질이 붉은색을 띠고 가시가 듬성듬성 있는 어린 순이 참두릅입니다.
제철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로 아주 짧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한두 번 정도 새순이 올라오는데, 첫 순이 가장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고 해요. 시기가 짧다 보니까 봄에만 반짝 수요가 몰려서 가격도 적지 않습니다. 4월 하순 기준 재래시장에서 100g에 3,000원-5,000원 선, 고급 마트는 그보다 더 받는 곳도 있어요. 요즘은 하우스 재배가 늘어 3월부터 나오기도 하지만, 노지 자연산이 향과 쌉쌀함이 훨씬 진합니다.
영양적으로 참두릅은 상당히 알찬 나물입니다. 단백질 함량이 일반 채소보다 높은 편이고, 칼슘과 철분 같은 무기질, 비타민 A, B1, B2, C까지 고루 들어 있어요. 특히 주목받는 성분은 사포닌입니다. 쓴맛을 내는 이 성분은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서 당뇨가 있는 분들이 챙겨 먹기도 합니다. 혈관 내 노폐물 배출이나 항산화, 항염증 작용도 보고돼 있어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예방에 좋은 채소로 꼽히고요.
봄철 피로 회복에도 좋습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몸이 늘어지고 입맛이 없어지는 시기에 참두릅의 쓴맛이 식욕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한의학에서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쌉쌀해 기를 돋우고 혈을 맑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풀어 주는 봄나물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꼭 알고 계셔야 할 게 있습니다. 참두릅은 사실 약간의 독성이 있어요. 사포닌과 렉틴 같은 성분이 식물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자연 독소거든요. 소량이면 오히려 약리 작용으로 이로운데, 많이 먹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복통이나 설사, 구토, 어지러움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데쳐서 먹어야 합니다.
제대로 손질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2분 정도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2시간가량 담가 두세요. 이렇게 하면 독성 성분이 상당 부분 빠지면서 쓴맛도 한결 누그러집니다. 밑동이 두껍고 억센 부분은 미리 칼로 저며내고, 가시가 억세진 개체는 가시도 긁어내는 게 좋습니다. 손질 후 물기를 꼭 짜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가장 기본이고, 전으로 부치거나 무침, 장아찌, 된장국 건더기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먹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습니다. 평소 소화기가 약하거나 복부 냉증이 있는 분은 많이 드시면 속이 불편해질 수 있어요. 두드러기나 피부 알레르기가 있는 분도 체질상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처음엔 조금만 드셔보고 반응을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임산부도 한약재로 쓰일 만큼 약성이 강한 식재료라서 많이 드시는 건 피하는 편이 좋다고 해요. 건강식품이라도 누구에게나 맞는 건 아니니까요.
보관은 상온보다 냉장이 좋습니다. 물기를 살짝 뿌린 신문지로 감싸서 채소칸에 넣으면 3-5일 정도는 신선하게 유지됩니다. 더 오래 두고 싶으면 데친 상태로 소분해서 냉동 보관하세요. 냉동 두릅은 한두 달 안에 드시면 맛과 향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제철이 워낙 짧다 보니까 이렇게 쟁여 두는 집도 많은데, 장아찌로 담그면 1년 내내 밑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일 년에 한 철만 누릴 수 있는 봄의 사치인 만큼, 독성만 제대로 빼고 드시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