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차를 타면 앞유리에 뿌옇게 김이 차서 와이퍼로도 안 닦이는데 에어컨을 켜야 할지 히터를 켜야 할지 헷갈리시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김 서림을 가장 빨리 걷어 내는 쪽은 에어컨입니다. 히터만으로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긴 하지만, 출발 직후의 답답한 시야를 몇 초 안에 트이게 하는 속도로 따지면 에어컨이 히터를 한참 앞섭니다. 많은 분이 김 서림 하면 반사적으로 히터부터 떠올리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유는 김 서림이 왜 생기는지를 보면 이해됩니다. 장마철에는 차 안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유리 안쪽 표면에 닿으면서 머금고 있던 수증기가 작은 물방울로 맺히는 결로가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뿌연 김 서림의 정체입니다. 비 오는 날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음료수 잔 바깥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과 똑같은 원리죠. 즉 유리와 공기의 온도 차이, 그리고 공기 속 습기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해서 생기는 현상이라, 둘 중 하나만 건드려서는 좀처럼 깔끔하게 풀리지 않습니다.
에어컨이 빠른 건 냉방이 아니라 제습 기능 때문입니다. 에어컨을 켜면 차 안 공기가 차가운 증발기를 지나가는데, 이때 공기가 머금고 있던 수분이 증발기 표면에 응축돼 물로 흘러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차를 세웠던 자리 밑에 물이 한 줄 떨어져 있는 게 바로 이 응축수입니다. 그 결과 습기를 덜어 낸 건조한 공기가 유리 쪽으로 흐르니, 유리에 다시 맺힐 물방울 자체가 줄어들어 켜자마자 빠르게 시야가 트이는 겁니다.
반대로 히터만 켜면 유리 안쪽 온도를 올려 맺힌 물기를 증발시키는 방식이라 효과가 한 박자 느립니다.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차 안 공기의 습기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히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더 차오르면서 김이 잠깐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충분하면 결국 마르긴 하지만, 신호 대기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이는 급한 상황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조합은 둘을 같이 쓰는 것입니다. 히터로 데운 공기에 에어컨의 제습을 더하면 따뜻하면서도 건조한 바람이 되어 유리의 물기를 가장 빠르게 날립니다. 따뜻하니 유리 온도도 올라가고, 건조하니 다시 맺힐 습기도 없으니 결로가 생기는 두 조건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셈이죠. 많은 차의 앞유리 성에 제거 버튼이 바로 이 조합을 자동으로 잡아 주는데, 누르면 에어컨이 함께 켜지면서 바람의 방향까지 앞유리로 집중시켜 줍니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더하면 효과가 확실해집니다. 바람을 외기 유입으로 두어 차 안에 갇혀 있던 습한 공기를 밖으로 빼고 상대적으로 건조한 바깥 공기를 들이면 김 서림이 다시 차오르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기 순환으로만 두면 사람의 호흡과 젖은 옷에서 나온 습기가 계속 안에서 맴돌아 김이 잘 빠지지 않습니다. 장마철에 시동을 걸자마자 앞유리가 뿌예진다면 성에 제거 버튼을 누르거나, 에어컨을 켠 채 바람을 앞유리로 보내고 외기 모드를 함께 두는 것만 기억하시면 어떤 차에서든 빠르게 시야를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