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될 무렵, 시골 담장이나 골목 한쪽에 키가 사람만큼 훌쩍 자라 큼직한 꽃을 층층이 매단 식물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줄기를 따라 아래에서 위로 차례차례 피어 올라가는 이 꽃이 접시꽃입니다. 활짝 핀 꽃이 동그랗고 납작해 마치 접시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도 해서, 담장 너머로 큼직한 꽃송이가 고개를 내민 모습은 한여름 시골 풍경의 익숙한 한 장면입니다.
접시꽃은 아욱과에 속하는 식물로, 키가 2미터 가까이 자랄 만큼 큰 편입니다. 여러해살이 또는 두해살이로 자라며, 곧게 뻗은 줄기를 따라 분홍·빨강·흰색·자주 등 다양한 색의 꽃이 핍니다. 한 줄기에서 아래쪽 꽃부터 피기 시작해 위로 올라가며 차례로 피기 때문에, 꽤 오랜 기간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홑꽃과 겹꽃 품종이 모두 있어, 같은 접시꽃이라도 꽃 모양과 빛깔이 제법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예부터 접시꽃은 마당이나 담장가에 흔히 심어 온 친숙한 꽃입니다. 키가 커서 울타리나 벽을 따라 심으면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고, 별다른 손질 없이도 잘 자라 시골 정원의 정취를 살려 줍니다. 시인의 작품 제목으로도 쓰일 만큼 한국인에게 정서적으로 익숙한 꽃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살던 집 담장에 피어 있던 꽃으로 접시꽃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 보는 것만으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키우기는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고 물 빠짐이 좋은 땅이면 잘 자랍니다. 다만 키가 커서 비바람에 줄기가 쓰러지기 쉬우므로, 담장이나 지지대 곁에 심어 주면 안정적입니다. 씨앗으로 잘 번져 한번 심으면 이듬해에도 주변에서 싹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름을 너무 많이 주지 않아도 잘 자라지만, 꽃이 핀 뒤 시든 꽃대를 정리해 주면 다음 꽃이 더 깔끔하게 올라옵니다.
꽃 외에 알아 두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접시꽃은 잎과 뿌리를 민간에서 약재로 쓰기도 했고, 큼직한 꽃은 관상 가치가 높아 정원의 중심이 되곤 합니다. 다만 키가 크고 잎이 넓어 좁은 화단보다는 어느 정도 공간이 있는 곳에 심어야 답답하지 않게 멋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잎이 무성해지면 통풍이 나빠져 병이 생기기 쉬우니, 포기 사이를 너무 빽빽하지 않게 심는 것이 건강하게 키우는 요령입니다.
정리하면 접시꽃은 초여름 담장가에 키 크게 자라 접시 모양의 꽃을 층층이 피우는 아욱과 식물로, 다양한 색과 긴 개화 기간, 키우기 쉬운 성질 덕분에 오래 사랑받아 온 정원 꽃입니다. 햇볕 잘 드는 곳에 지지대를 곁들여 심으면 시골 정원의 정취를 그대로 살릴 수 있어, 마당 한쪽을 채우기에 좋은 꽃입니다. 씨앗으로 쉽게 번지니, 한번 심어 두면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여름을 알리는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