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는 한 발로 한참 서 있을 수 있는데, 눈을 감으면 몇 초 만에 몸이 기우뚱하며 발을 내려놓게 된다. 몸의 균형은 귓속 평형기관과 발바닥·근육의 감각, 그리고 눈이 함께 맡고 있는데, 이 중 눈이 가장 큰 몫을 해서 눈을 감으면 남은 둘만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눈은 주변 사물이 어디에 있는지 보며 내 몸이 기울었는지를 끊임없이 알려 준다. 벽이나 바닥 선이 시야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봐도 뇌는 몸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 즉시 알아내 근육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 정보가 갑자기 사라지면 뇌는 귓속 기관과 발바닥 느낌만으로 판단해야 해서 반응이 느려지고 흔들림이 커진다.
귓속 평형기관은 머리가 기울거나 도는 것을 액체와 작은 돌의 움직임으로 감지하지만, 아주 천천히 기우는 것은 잘 못 잡아낸다. 발바닥과 발목의 감각은 어디에 힘이 실리는지 알려 주지만 이것만으로는 늦다. 그래서 눈을 감으면 몸이 조금 기울 때까지 뇌가 알아채지 못하고, 알아챈 뒤 크게 고치느라 휘청인다.
이 차이는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 젊을 때는 눈을 감고도 30초 넘게 한 발로 서지만, 나이가 들어 귓속 기관과 발의 감각이 둔해지면 눈에 더 의존하게 되어 눈을 감으면 금방 무너진다. 그래서 눈 감고 한 발 서기 시간은 낙상 위험을 가늠하는 간단한 검사로도 쓰인다.
어두운 곳에서 넘어지기 쉬운 것도, 물속에서 눈을 감으면 위아래가 헷갈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균형을 키우려면 눈 감고 한 발 서기를 매일 몇 번 연습하면 되는데, 눈 정보 없이 버티는 동안 귓속 기관과 발의 감각이 더 예민하게 단련된다. 처음엔 벽 옆에서 하고 점차 손을 떼면 안전하다. 양치할 때 한 발로 서는 습관만으로도 꾸준한 연습이 된다.
눈을 감으면 한 발로 서기 어려운 것은 균형의 가장 큰 몫을 눈이 맡고 있기 때문이니, 눈 감고 버티는 시간이 곧 눈 없이도 몸을 세우는 힘의 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