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는 예로부터 동양 문화에서 하나의 상징이자 철학이었습니다. 매화, 난초, 대나무, 국화. 이 네 가지 식물은 단순한 자연물로 그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군자의 인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지요. 저도 처음엔 그냥 멋있는 동양화 소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이 네 식물이 품고 있는 철학이 꽤 깊고 단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먼저 매화는 혹한 속에서도 가장 먼저 꽃을 피웁니다. 눈 덮인 가지 위에 조용히 피어난 매화는 단단한 의지와 고결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매화를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죠. 이어서 난초는 그윽한 향을 품고 있지만, 은은해서 자극적이지 않아요. 조용히 자기 향을 내는 그 모습은 군자의 겸손함과 내면의 품격을 의미합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보다는, 스스로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담겨 있어요.
세 번째는 대나무입니다.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곧게 자라는 모습은 솔직하고 담백한 군자의 마음을 비유하는 데 자주 쓰입니다.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유연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국화는 가을 찬 바람 속에서도 늦게까지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늦게까지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고고함,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연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독립된 인격을 의미하죠.
이렇게 각 식물에 담긴 의미를 보면, 사군자는 단순히 선비들의 취향이나 예술적 소재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하나의 정신적 표상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통적 상징이 오늘날 우리 삶에는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현대의 삶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관계나 가치도 유동적이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매화처럼 흔들리지 않으려 하고, 난초처럼 조용히 자신을 지키려 하고, 대나무처럼 꺾이지 않기를 바라고, 국화처럼 늦더라도 자기만의 타이밍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군자를 단순히 동양화 수업의 소재가 아니라,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의 모습’ 혹은 ‘삶에서 추구하고 싶은 태도’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그 속에서 자기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 아마 사군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그런 마음들을 계속해서 대신 표현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