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강한 인상을 주는 나무예요. 봄이면 종 모양의 하얀 꽃이 가지에 매달려 조용히 흔들리는데, 그 모습이 참 단아하면서도 독특하죠. 그런데 이 나무가 단순히 보기 좋은 식물만은 아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예전에는 실생활에서도 꽤 다양하게 활용되었어요.
가장 대표적인 전통적 용도는 바로 열매예요. 때죽나무 열매에는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게 거품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어서 예전에는 비누 대용으로 쓰였어요. 손빨래할 때 이 열매를 으깨서 사용하면 거품이 나고 때가 잘 빠진다고 해서 ‘때를 죽인다’는 의미로 때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또한 열매를 으깨 물에 타서 농약 대용으로도 사용했는데요, 해충을 쫓는 데 효과가 있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꽤 유용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방식이 많이 사라졌지만, 전통적인 지혜 속에는 자연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많이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때죽나무의 껍질이나 가지는 때때로 한약재처럼 쓰이기도 했다고 해요. 물론 현대 의학적 효능이 명확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해열이나 염증에 좋다는 민간요법으로 활용된 기록도 찾아볼 수 있어요. 요즘처럼 약이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엔 주변의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생활 약재가 되었던 거죠.
하지만 때죽나무 열매는 먹을 수 없고, 독성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복용하거나 섭취용으로 사용해선 안 돼요. 전통적인 활용법은 외용이나 생활용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지금은 주로 관상수나 조경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어요.
오래된 나무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지혜가 숨어 있다는 게,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