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다 생각해보잖아요.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고 싶다는 거.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런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에요.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이 길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요즘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거든요.
코스가 여러 개 있는데, 가장 유명한 건 ‘프랑스길’이에요. 프랑스 남쪽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쭉 가로질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약 800km 코스인데요. 레온 대성당이나 부르고스 대성당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을 만날 수 있고, 알베르게(순례자 숙소)가 가장 많아서 초보자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어요. 다만 한 달 넘게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들은 마지막 100km 구간인 사리아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것만 걸어도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거든요.
‘포르투갈길’도 인기가 많아요. 리스본이나 포르투에서 시작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코스인데, 프랑스길보다 비교적 평탄하고 대서양 해안을 끼고 걸을 수 있어요. 포르투갈의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에그타르트를 즐기면서 걸을 수 있어서 ‘맛있는 순례길’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거리는 약 240km에서 620km 정도로 출발지에 따라 달라져요.
준비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크리덴시알이에요. 순례자 여권이라고도 하는데, 걸으면서 각 마을이나 알베르게에서 스탬프를 찍고 마지막에 완주 증명서를 받을 때 필요한 필수품이에요. 신발은 정말 중요한데, 새 등산화를 사서 바로 떠나면 안 되고 최소 한두 달 전부터 길들여야 해요. 물집 방지 양말이나 물집 패치도 꼭 챙기시고요. 하루에 20 – 30km를 걷다 보면 발이 정말 혹사당하거든요.
숙소는 대부분 알베르게를 이용하게 되는데, 가격이 5 – 15유로 정도로 저렴해요.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 형태라 베드버그 약은 반드시 챙기세요. 알베르게에서 갈아 신을 슬리퍼도 필수고요. 배낭은 10kg 이하로 줄이는 게 좋은데, 처음에 욕심내서 많이 싸면 며칠 만에 짐을 버리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속건성 옷 2 – 3벌, 우의, 세면도구 정도면 충분해요.
비용은 한 달 기준으로 항공비 제외하고 15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 잡으시면 돼요. 알베르게 숙박비, 식비, 간식비 정도가 주요 지출인데, 순례길 위의 물가가 도시보다 저렴한 편이에요.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알베르게 공용 주방에서 직접 요리하면 비용을 꽤 아낄 수 있어요.
걷다 보면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매일 풍경이 바뀌면서 머릿속도 정리가 된다고 해요. 사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걷는 과정 자체가 더 의미 있는 여행이잖아요. “부엔 까미노!”라는 인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때쯤이면, 아마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