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가로수가 쭉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가 있잖아요. 그 거리를 따라 심어진 나무가 바로 마로니에예요.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작 어떤 나무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고요. 유럽 여행 중에 봤던 그 큰 나무, 대학로에서 봤던 그 나무가 다 마로니에일 수 있어요. 오늘은 마로니에 나무의 생김새부터 꽃, 그리고 왜 가로수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까지 한번 정리해 볼게요.
마로니에는 정식 이름이 가시칠엽수예요. 한자로 쓰면 칠엽수(七葉樹)인데, 잎이 일곱 장씩 모여 나는 특징 때문에 붙은 이름이에요. 정확히는 5 – 7장의 작은 잎이 가지 끝에서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모여 나거든요. 이 잎 모양이 꽤 독특해서 한번 보면 쉽게 기억할 수 있어요. 마로니에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마로니에(marronnier)에서 온 건데, 유럽에서는 이 이름이 훨씬 더 익숙합니다.
나무 자체는 꽤 크게 자라요. 야생 상태에서는 높이가 25 – 39미터까지 자랄 수 있고, 가지가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나가면서 둥근 형태의 수관을 만들어요. 그래서 멀리서 보면 큰 초록색 구름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줄기는 회갈색이고 수피가 약간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멋스러워져요. 수명도 꽤 긴 편이라 100년 이상 사는 개체도 많답니다.
마로니에의 진짜 매력은 꽃에서 터져요. 봄이 되면 가지 끝에서 원추꽃차례라고 하는 큰 꽃송이가 올라오는데, 하얀색 꽃잎에 분홍빛이나 노란빛 점이 살짝 섞여 있어요. 이 꽃이 한꺼번에 피면 마치 나무에 촛불을 세워놓은 것 같다고 해서 유럽에서는 캔들 트리(candle tree)라는 별명도 있어요. 4 – 5월에 만개하는데, 이때 유럽의 마로니에 가로수 길을 걸으면 정말 장관이라고 해요. 꽃이 지고 나면 초록색 가시가 달린 둥근 열매가 맺히는데, 이게 밤처럼 생겼거든요.
열매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마로니에 열매는 녹색 껍질에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어서 밤송이를 연상시켜요. 껍질을 벗기면 안에 갈색의 윤기 나는 씨앗이 들어 있는데, 모양이 밤이랑 거의 비슷해요. 그래서 유럽에서는 이걸 말밤(horse chestnut)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다만 진짜 밤과 달리 먹으면 안 돼요.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날것으로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가을에 길에 떨어진 마로니에 열매를 주워서 밤인 줄 알고 먹는 일이 간혹 있다고 하니 주의하셔야 해요.
마로니에가 가로수로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일단 수관이 넓고 둥글어서 그늘을 잘 만들어 줘요. 여름에 걸어다닐 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니 보행자한테 아주 좋죠. 또 낙엽수라서 여름에는 잎이 무성하게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서 햇빛이 잘 들게 해줘요.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도 장점이에요. 봄에는 화려한 꽃, 여름에는 풍성한 녹음, 가을에는 노란 단풍,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가 각각의 매력을 보여주거든요.
유럽에서는 마로니에가 정말 상징적인 나무예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는 물론이고, 런던, 빈, 프라하 같은 도시의 대로에도 마로니에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요. 특히 파리에서는 마로니에 꽃이 피는 시기를 봄의 시작으로 여길 정도로 특별한 나무로 대접받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이 유명한데, 그 공원 이름이 바로 이 나무에서 따온 거예요.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전 이 자리에 마로니에 나무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엄밀하게 따지면 마로니에와 칠엽수는 조금 다른 나무예요. 유럽 원산의 가시칠엽수를 마로니에라고 부르고, 일본 원산의 칠엽수는 잎 뒷면에 적갈색 털이 있고 열매 껍질의 가시가 거의 퇴화한 형태를 보여요. 하지만 일상에서는 칠엽수와 마로니에를 같은 나무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심어진 것도 유럽 마로니에와 일본 칠엽수가 섞여 있어서, 정확한 구분은 전문가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정도예요.
마로니에는 키우기 특별히 어려운 나무는 아니지만, 개인 정원에 심으려면 공간이 넉넉해야 해요. 워낙 크게 자라는 나무라서 좁은 마당에는 좀 부담스럽거든요. 대신 공원이나 넓은 정원, 학교 교정 같은 곳에 한 그루 심어두면 세월이 갈수록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줘요. 봄에 꽃이 피는 모습, 가을에 열매가 톡톡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왜 유럽 사람들이 이 나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절로 이해가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