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비누 만들기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CP비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CP는 Cold Process의 약자인데, 열을 가하지 않고 저온에서 만드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이 CP비누, 만들고 나서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숙성이라는 과정이 필요해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궁금하시죠?
기본적으로 CP비누의 숙성 기간은 최소 4주예요. 4-6주 정도 지나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돼요. “4주나 기다려?” 하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기다림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비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시면 납득이 가실 거예요.
CP비누를 만들 때는 오일과 가성소다 수용액을 섞어요. 이 두 가지가 만나면 비누화 반응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오일의 지방산과 가성소다가 결합해서 비누와 글리세린으로 변하는 거예요. 문제는 이 반응이 한순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틀에 부은 직후에는 아직 반응하지 않은 가성소다가 남아 있을 수 있거든요.
숙성 기간 동안 이 남은 가성소다가 완전히 오일과 반응하면서 pH가 점점 내려가요. 갓 만든 CP비누의 pH는 꽤 높아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데, 4-6주 지나면 중성에 가까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져요. 그래서 숙성이 덜 된 비누를 쓰면 피부가 따끔거리거나 건조해질 수 있어요.
숙성 중에는 수분도 빠져나가요. 처음에는 물렁물렁하던 비누가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해지는데, 이게 중요해요. 단단해야 사용할 때 쉽게 물러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거든요. 숙성이 충분하지 않은 비누는 물에 닿으면 금방 녹아내려서 경제적이지도 않아요.
숙성 환경도 신경 쓸 부분이에요.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셔야 해요. 비누를 건조대 위에 올려놓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뒤집어 주면 골고루 건조가 되면서 숙성이 잘 돼요. 밀폐된 공간에 넣어두시면 수분이 빠지지 않아서 숙성이 제대로 안 될 수 있어요.
참고로 올리브오일 비율이 높은 비누, 특히 캐스틸 비누 같은 경우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숙성하는 분들도 있어요. 오래 숙성할수록 거품이 부드러워지고 세정력도 좋아진다고 해요. 물론 이건 취향의 영역이고, 일반적인 CP비누라면 4-6주면 충분합니다.
기다리는 게 좀 지루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 비누를 쓸 수 있다는 게 CP비누의 매력이에요. 직접 만든 비누로 세수하는 그 뿌듯함은 경험해 보신 분만 아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