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소화 잘 되게 먹으려면 불려서 먹는 게 나을까?


견과류가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다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배가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거나, 심하면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이럴 때 “견과류를 물에 불려서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맞습니다. 견과류를 물에 불려서 먹으면 소화가 훨씬 잘 돼요. 그 이유는 피틴산이라는 물질 때문이에요. 견과류나 곡물, 씨앗류에는 피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피틴산이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하고 소화 효소의 활동을 저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피틴산은 식물이 자기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방어 물질이에요. 동물이나 사람이 먹어도 쉽게 소화되지 않게 하려는 식물의 생존 전략인 셈이죠. 그래서 견과류를 그냥 먹으면 체내에서 칼슘, 철분, 아연 같은 미네랄이 피틴산에 붙잡혀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피틴산은 수용성이에요. 물에 잘 녹는다는 뜻이죠. 그래서 견과류를 물에 담가 두기만 해도 피틴산이 상당 부분 빠져나갑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예요.

불리는 시간은 견과류 종류에 따라 좀 달라요. 아몬드는 8-12시간 정도가 적당하고, 호두는 4-8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캐슈넛은 2-4시간, 잣은 1-2시간 정도면 되고요. 밤새 물에 담가두시면 대부분의 견과류가 충분히 불려집니다.

불리면 피틴산만 줄어드는 게 아니에요. 효소 저해제라는 물질도 함께 제거됩니다. 효소 저해제는 말 그대로 소화 효소의 활동을 방해하는 물질인데, 이것 때문에 견과류를 먹고 나면 소화가 더디게 느껴지는 거예요. 물에 불리면 이 효소 저해제도 함께 빠져나오기 때문에 소화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영양소 흡수율도 올라간다고 해요. 피틴산이 미네랄을 붙잡고 있던 게 풀리니까, 칼슘이나 철분 같은 영양소가 몸에 더 잘 흡수되는 거죠. 같은 양의 견과류를 먹더라도 불려서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식감도 달라집니다. 불린 견과류는 좀 더 부드럽고 촉촉해져요. 딱딱한 견과류를 씹기 힘들어하시는 분이나 치아가 약하신 분들에게 특히 좋은 방법이에요. 맛도 약간 달라지는데, 쓴맛이 줄어들고 좀 더 고소한 맛이 살아나는 느낌이 있어요.

불린 후 보관이 중요한데요, 불린 견과류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상온에 두면 금방 상할 수 있어요. 물기를 뺀 다음에 건조기에서 낮은 온도로 말려주거나, 냉장 보관하시면 됩니다. 건조기가 없으시면 키친타월 위에 펼쳐서 자연 건조하셔도 되고요. 냉장 보관 시에는 3-4일 안에 드시는 게 좋습니다.

매번 불리는 게 번거로우시다면 한 번에 많이 불려서 건조한 다음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하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실에 두시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견과류를 꼭 불려서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소화에 별 문제가 없으시고 적당한 양만 드신다면 그냥 드셔도 괜찮습니다. 하루 권장량은 한 줌, 대략 25-30그램 정도인데, 이 정도 양에서는 피틴산의 영향이 크지 않거든요.

다만 한 번에 많은 양을 드시거나,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한 분, 미네랄 흡수가 중요한 임산부나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에는 불려서 먹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사소한 습관 하나로 같은 음식에서 더 많은 영양을 얻을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시는 것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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