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꽃집 앞을 지나가다가 빨간 꽃이 피어있는 작은 화분을 봤는데, 그게 꽃기린이었어요. 한겨울인데 꽃이 피어있길래 신기해서 하나 사왔거든요. 근데 집에 가져와 놓고 보니까 가시가 꽤 많아서 좀 당황했죠. 그래도 키워보니까 생각보다 손이 안 가고 꽃도 오래 피어있어서 요즘 꽤 애정하는 식물 중 하나가 됐습니다.
꽃기린은 학명이 유포르비아 밀리(Euphorbia milii)인데, 원산지가 마다가스카르예요. 다육식물의 한 종류로 분류되고, 긴 줄기에 꽃이 솟아오른 모양이 마치 기린의 목처럼 보인다고 해서 꽃기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빼곡히 나 있어서 처음 보는 분들은 선인장이랑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실제로 다육식물 쪽에 더 가깝습니다.
꽃기린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조건만 맞으면 정말 일 년 내내 꽃이 피어있어요. 꽃색도 빨강, 분홍, 노랑, 흰색 등 다양한 품종이 있어서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고요.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포엽이라고 하는 건데, 실제 꽃은 그 안에 아주 작게 들어있어요. 이게 또 오래 유지되니까 관상 가치가 정말 높습니다.
키우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물 관리예요. 꽃기린은 다육식물이라 과습에 굉장히 약하거든요. 흙이 완전히 마른 걸 확인한 다음에 물을 줘야 해요. 대충 겉흙만 말랐다고 물을 주면 뿌리가 썩거나 줄기가 물러질 수 있어서 꼭 나무젓가락 같은 걸로 흙 속까지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봄이나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겨울에는 2-3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해요. 물을 줄 때는 줄기에 직접 닿지 않게 흙 위에 조용히 부어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햇빛은 정말 많이 필요한 식물이에요. 하루에 최소 4-6시간 이상 직사광선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두는 게 좋고, 빛이 부족하면 꽃이 안 피거나 줄기가 웃자라서 모양이 안 예뻐져요. 저는 남향 베란다에 놓고 키우는데, 겨울에도 꽃이 꽤 잘 피더라고요. 다만 한여름 한낮의 직사광선은 잎이 탈 수 있으니까 한낮에만 살짝 그늘을 만들어주거나 커튼으로 빛을 좀 걸러주면 됩니다.
온도 관리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에요. 꽃기린은 열대 원산이라 추위에 약한 편인데,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어서 줄기가 물러질 수 있어요. 겨울에 베란다에서 키우시는 분들은 밤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날에는 실내로 들여놓는 게 안전합니다. 적정 생육 온도는 15-30도 정도인데, 20-25도 사이가 가장 좋아해요.
분갈이는 1-2년에 한 번 정도 해주면 되고,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사용하는 게 핵심이에요. 일반 배양토에 펄라이트나 마사토를 3:7 정도 비율로 섞어주면 괜찮습니다. 화분도 반드시 배수구멍이 있는 걸로 사용하셔야 해요. 그리고 한 가지 꼭 알아두실 게 있는데, 꽃기린 줄기를 자르거나 상처가 나면 하얀 끈적한 진액이 나와요. 이 진액에 독성이 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분갈이나 가지치기를 할 때는 꼭 장갑을 끼고 작업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번식은 줄기 꺾꽂이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어요. 건강한 줄기를 7-10cm 정도 잘라서 진액이 멈출 때까지 하루 정도 말린 다음에, 마른 흙에 꽂아두면 2-3주 후에 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물은 뿌리가 나온 걸 확인한 후에 주기 시작하면 돼요. 처음 키워보시는 분들도 꺾꽂이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라 부담 없이 도전해보셔도 좋습니다.
꽃기린은 정말 초보 식집사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물이에요. 물을 자주 안 줘도 되고, 햇빛만 잘 주면 일 년 내내 예쁜 꽃을 보여주니까요. 다만 가시가 있으니까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는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놓아두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