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캠핑을 준비하다가 멀티툴을 하나 사야겠다 싶어서 알아봤거든요. 그때 빅토리녹스라는 이름을 처음 제대로 접했는데, 찾아보니까 흔히 말하는 맥가이버 칼을 만드는 원조 브랜드더라고요. 이름은 어렵지만 빨간색 칼에 흰 십자가 로고 하면 대부분 “아 그거!” 하실 거예요. 궁금해서 이것저것 파보다 보니 나름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빅토리녹스는 1884년에 스위스에서 시작된 브랜드예요. 창업자인 칼 엘스너 1세가 어머니 빅토리아의 지지를 받아서 이바흐라는 작은 마을에 나이프 공방을 열었다고 합니다. 1891년에는 스위스 군대에 군용 나이프를 처음 납품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졌어요. 회사 이름도 독특한데, 어머니 이름인 Victoria에 스테인리스를 뜻하는 프랑스어 inox를 합쳐서 Victorinox가 된 거래요. 1921년부터 이 이름을 쓰고 있으니까 역사가 100년이 넘은 셈이죠.
빅토리녹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어요. 당시 연합군 병사들이 스위스 군용 칼을 접하게 되면서 전쟁이 끝난 후 미국 등 세계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 12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고요.
제품 종류도 정말 다양해요. 가장 작은 건 58mm짜리 열쇠고리 모델인데,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에 칼날이랑 가위, 줄이 들어 있어서 일상에서 간단히 쓰기 좋아요. 가장 인기 있는 건 91mm 크기의 클래식 시리즈인데, 칼, 가위, 코르크따개, 캔따개, 드라이버 등이 한 몸에 들어가 있습니다. 아웃도어용으로는 111mm나 130mm 크기도 있고, 이쪽은 톱이나 큰 칼날이 포함돼서 캠핑이나 등산할 때 쓰기 좋더라고요.
빅토리녹스 제품의 특징 중 하나가 무게 대비 기능이 많다는 거예요. 대표 모델인 스위스챔프의 경우 무게가 185g밖에 안 되는데 64개 부품이 들어가 있고, 제작 과정에서 450번의 공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칼날, 가위, 톱, 코르크따개, 송곳, 십자드라이버, 일자드라이버, 캔따개, 핀셋, 이쑤시개까지 정말 없는 게 없어요. 최근에는 LED 전구나 USB 메모리가 내장된 제품까지 나왔다고 하니 시대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는 셈이죠.
가격대는 모델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기본적인 클래식 모델은 2-3만 원대에서 시작해요. 기능이 많아지는 중급 모델은 5-8만 원 정도이고, 스위스챔프 같은 최상위 모델은 15만 원 이상 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빅토리녹스는 평생 무상 보증을 제공하거든요. 칼날이 무뎌지거나 스프링이 약해져도 수리를 받을 수 있으니까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나쁘지 않아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소지에 관한 법률이에요. 한국에서는 칼날 길이 6cm 이상의 칼은 정당한 사유 없이 휴대하면 안 되거든요. 캠핑이나 등산처럼 목적이 분명한 경우에는 괜찮지만, 평소에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면 안 됩니다. 작은 열쇠고리 모델은 칼날이 짧아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그래도 공공장소에서는 조심하시는 게 좋겠죠.
나이프 외에도 빅토리녹스는 시계, 여행 가방, 주방 칼 같은 제품도 만들고 있어요. 특히 주방 칼은 전문 셰프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괜찮은 편이라 가정용으로 하나 장만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40년 넘게 칼만 만들어온 브랜드라 그런지 기본기가 확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