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쇼 재료 기본 구성과 와인 고르는 법, 과일 손질 노하우가 궁금하시죠?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어요. 퇴근길에 코끝이 시릴 정도로 추운 날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계피랑 오렌지 향이 훅 밀려왔거든요.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 하나가 뽀글뽀글 끓고 있었고 친구가 웃으면서 뱅쇼 한 잔 마시고 가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을 내밀었습니다. 한 모금 넘기는 순간 몸이 속부터 데워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 겨울이 오면 제일 먼저 준비하는 게 뱅쇼 재료가 되었지요.

 

뱅쇼는 프랑스어로 뜨거운 와인이라는 뜻인 뱅 쇼(Vin Chaud)에서 온 이름입니다. 독일에서는 글뤼바인, 영국에서는 멀드 와인이라고 부르는데 유럽 각국의 겨울 시장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음료예요. 감기 기운 있을 때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해서 약용으로 마시기도 했고, 저렴한 와인을 향신료와 과일로 마셔 좋게 되살리는 서민들의 지혜가 담긴 레시피이기도 합니다.

 

기본 재료는 레드와인 1병(750ml)을 중심으로 해서 과일과 향신료가 들어갑니다. 과일은 사과 반 개, 배 반 개, 귤 2-3개, 오렌지 1개, 레몬 반 개 정도가 기본이고 여기에 자몽이나 베리류를 더해도 잘 어울려요. 향신료는 계피 스틱 1개, 정향 3-4개, 팔각 1개, 통후추 3알, 월계수잎 1장이 표준 구성입니다. 단맛은 설탕 3큰술이나 꿀 2큰술로 조절하는데 와인이 많이 떫으면 설탕을 조금 더 늘리셔도 괜찮아요.

 

와인 선택이 꽤 중요합니다. 고급 와인을 쓸 필요는 전혀 없고 오히려 1만 원-2만 원 선의 대중적인 칠레, 스페인, 프랑스 산 데일리 레드와인이 잘 맞아요.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즈 같은 묵직한 풀바디가 향신료랑 잘 어우러집니다. 너무 달콤한 와인이나 너무 탄닌이 강한 것은 피하시는 게 좋고, 마트에서 할인할 때 사둔 와인 한두 병쯤을 이런 용도로 쓰기 딱 좋지요.

 

과일 손질이 사실 가장 번거로운 과정이에요. 껍질째 넣기 때문에 농약이나 왁스 제거를 꼼꼼히 해야 하거든요. 저는 베이킹소다를 큰술로 한 숟갈 풀어놓은 물에 과일을 5-10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문질러 씻고, 굵은 소금으로 한 번 더 문지른 뒤 깨끗한 물로 헹궈냅니다. 레몬과 오렌지는 특히 왁스가 많으니 뜨거운 물을 끼얹어 한 번 더 표면을 닦아주면 더 깔끔해요. 손질이 끝난 과일은 슬라이스로 얇게 썰어주시면 우려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끓이는 순서는 먼저 냄비에 와인을 붓고 중불에서 데우다가 알코올 향이 살짝 올라올 때 과일과 향신료를 같이 넣어주시는 게 좋아요. 처음부터 과일을 넣고 센 불에서 확 끓이면 과일 신맛이 쓰게 변해버리거든요. 설탕도 이때 같이 녹여주시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서 25-30분 정도 은근하게 우려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 색이 더 진하고 맑아지며 향신료 향이 입체적으로 퍼지는 타이밍이 찾아와요.

 

알코올을 완전히 날리고 싶다면 뚜껑을 열고 40분 이상 끓이시면 되고, 반대로 은은한 알코올 풍미를 남기려면 뚜껑을 덮고 20분 정도만 약불로 두시는 쪽이 좋아요. 아이들이나 술을 못 드시는 가족이 함께 마실 거라면 와인 대신 포도주스나 크랜베리주스에 같은 향신료를 넣어 무알콜 버전으로 만드실 수도 있습니다. 향은 거의 비슷하고 단맛만 조금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에요.

 

완성된 뱅쇼는 체에 한번 걸러 과일과 향신료를 건져내고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합니다. 보관 기간은 3-5일 정도가 적당하고 드실 때마다 필요한 양만 머그컵에 덜어 전자레인지 1분, 또는 냄비에 데워 마시면 되지요. 생강을 얇게 저며 같이 데우면 몸이 더 후끈해지고, 꿀 한 숟갈을 녹여 넣으면 목감기에도 제법 도움이 됩니다. 이번 겨울엔 직접 만든 뱅쇼 한 잔으로 찬바람을 잊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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