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운전면허 갱신하러 갔다가 시력검사표 앞에 섰는데 순간 멍해졌어요. 예전에는 그냥 쓱 읽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0.5 줄에서 글자가 흐릿하게 번지더라고요. 검사원이 “왼쪽 눈만 가려보세요” 하는데 어디부터 읽어야 하는지도 헷갈리고, 숫자가 뭘 뜻하는지도 막상 모르겠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시력검사표를 수십 번 봤지만 정확히 어떻게 해석하는지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시력검사표 왼쪽 옆에 붙어있는 0.1, 0.3, 0.5, 0.7, 1.0 같은 숫자는 시력 수치를 의미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한천석 시력표 기준으로 보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글자나 기호가 작아지고 시력 수치는 올라가요. 1.0 줄까지 또렷하게 읽을 수 있으면 정상 시력으로 판정합니다. 정상 시력 1.0이라는 건 5미터 거리에서 1.45mm 크기의 란돌트환 틈새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시각의 각도로 따지면 1분각을 식별하는 능력이지요.
한국에서는 주로 한천석 시력표나 진용한 시력표를 사용합니다. 측정 거리는 5미터가 기본이에요. 공간이 좁은 병원에서는 거울을 활용해 2.5미터 거리에 시력표를 걸어두고 반사된 상을 보게 하기도 합니다. 학교 신체검사장에서 쓰는 간이 시력표는 3미터용도 있고요. 거리마다 글자 크기가 다르게 제작되니 정확한 측정을 원하면 규격화된 검사장에서 받는 게 맞습니다.
검사표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어요. 숫자나 한글이 적힌 글자형, 동그란 고리에 한쪽이 뚫려 있는 란돌트환, 그리고 E자를 돌려놓은 스넬렌 E형이 대표적입니다. 란돌트환은 1909년 유럽국제안과학회가 인정한 국제 표준 방식인데, 글자를 모르는 어린이나 외국인도 검사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뚫린 방향이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중 어디인지만 답하면 됩니다. 스넬렌 시력표는 서양에서 1862년부터 쓰던 방식으로 C, D, E, F, L, N, O, P, T, Z 열 글자로 구성돼요.
검사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지요. 5미터 거리에서 한쪽 눈을 가리개로 완전히 가리고, 검사자가 가리키는 글자나 기호를 읽어 내려갑니다. 보통 큰 글자부터 시작해서 점점 작은 글자로 내려가는데, 세 개 중 두 개 이상 맞히면 그 줄의 시력으로 판정해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는 분은 착용 전 나안시력과 착용 후 교정시력을 따로 측정합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에서는 교정시력 기준으로 1종 보통이 양안 0.8 이상, 2종 보통이 양안 0.5 이상이어야 통과합니다.
0.1이 안 보이는 경우에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써요. 검사자가 시력표에서 조금씩 앞으로 걸어오면서 피검자가 0.1 줄을 읽을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합니다. 4미터에서 읽으면 0.08, 3미터에서 읽으면 0.06, 1미터에서 읽으면 0.02로 환산하지요. 그보다 더 안 보이면 손가락 개수를 세는 안전지수 검사, 손 흔들림을 감지하는 안전수동 검사, 빛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광각 검사 순으로 내려갑니다.
시력표에 적힌 수치를 분수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자주 보는 20/20 표현이 그거예요. 분자는 검사 거리 20피트, 분모는 정상인이 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합니다. 20/20은 우리가 아는 1.0과 같은 값이고, 20/40은 0.5, 20/200은 0.1에 해당해요. 참고로 법적 실명 기준이 20/200 이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LogMAR 시력표는 연구 목적으로 쓰는 정밀 측정법인데,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시력이 좋고 음수면 1.0보다 더 잘 보인다는 뜻이지요.
집에서 자가 검사를 해보려면 인터넷에 공개된 시력표를 프린트해서 벽에 붙이고 정확한 거리를 재서 측정하면 됩니다. 다만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건 화면 크기와 해상도에 따라 글자 크기가 달라지니 정확도가 떨어져요. 프린트할 때도 A4 용지 꽉 채워서 실제 규격대로 인쇄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가 측정 결과가 예전보다 확연히 떨어졌다면 단순 노안인지, 백내장이나 녹내장 같은 질환인지 구분이 안 되니까 안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지요. 시력은 한 번 떨어지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평소에 조명, 자세, 휴식 시간을 신경 쓰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