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3국 여행 코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8박 10일 어떻게 짜야 할까요?


몇 년 전부터 동유럽보다 한 발 더 들어간 발칸반도 쪽이 여행자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더라고요. 저도 작년에 친구랑 일정을 짜다가 결국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 나라를 묶어서 다녀왔는데, 의외로 동선이 자연스러워서 처음 가시는 분께 추천할 만한 코스가 됐습니다. 항공권 가격이 들쭉날쭉하긴 해도 봄이나 가을에 잘 잡으면 동남아 패키지보다 살짝 비싼 정도라, 한 번쯤 가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요.

가장 일반적인 입출국 공항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입니다. 류블랴나로 들어가서 자그레브로 빠져나오거나, 반대 방향도 가능합니다. 저는 류블랴나 인 – 두브로브니크 아웃으로 짰는데, 두브로브니크 공항은 이스탄불이나 프랑크푸르트 경유편이 많아서 한국에서 들어가기 편한 편입니다. 직항이 없는 노선이라 경유 1회는 감수해야 하고, 인천에서 류블랴나까지 보통 18-22시간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정은 8박 10일 정도가 가장 무난합니다. 더 짧으면 이동에 치이고, 더 길면 비슷한 풍경이 반복돼서 지치거든요. 큰 흐름은 류블랴나에서 시작해 블레드 호수, 포스토이나 동굴을 보고 자그레브로 내려가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그다음 보스니아의 모스타르를 거쳐 크로아티아 남부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로 마무리하는 코스입니다.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렌터카를 빌리거나 플릭스버스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슬로베니아에서는 류블랴나 시내 자체보다 근교 자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블레드 호수는 가운데 작은 섬에 성당이 있는 풍경이 유명한데, 호수 둘레 6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입장료는 따로 없고, 섬으로 들어가는 전통 배 플레트나가 1인당 18유로 수준입니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입장료가 31유로 정도로 좀 비싼 편인데, 동굴 안에서 5킬로미터 가량을 미니 기차로 이동하는 경험이 독특해서 후회는 없었습니다.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면 자그레브는 하루면 충분합니다. 반 옐라치치 광장, 성 마르크 성당, 그리고 실연박물관이 유명한데,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서 도보로 다 돌 수 있어요. 이튿날은 새벽 일찍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출발하시는 걸 권합니다. 자그레브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이고, 성수기에는 입장료가 40유로까지 올라갑니다. 비수기 11-3월에는 10유로 수준으로 떨어지니 시기를 잘 보고 가시는 게 좋아요.

플리트비체에서 16개 호수를 잇는 폭포 트레킹이 핵심인데, 풀코스로 돌면 6-8시간이 걸립니다. 체력에 자신 없으시면 H 코스 4-5시간짜리만 도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신발은 발목까지 잡아주는 트레킹화가 정답이고, 슬리퍼나 굽 있는 신발은 정말 후회합니다. 호수 색깔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데, 물 깊이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달라져서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모스타르 한 도시만 들렀습니다. 16세기에 지어진 스타리 모스트 다리가 상징인데, 1993년 보스니아 내전 때 파괴됐다가 2004년에 복원됐어요. 다이버들이 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는 묘기를 보여주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점심값이 1만 원 안팎으로 크로아티아보다 30-40퍼센트 저렴해서, 케밥과 부렉을 푸짐하게 먹고 왔습니다. 모스타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데, 국경을 두 번 넘는 구간이라 여유롭게 이동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크로아티아 남부에서는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가 양대산맥입니다. 스플리트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안쪽이 그대로 도시가 된 독특한 구조이고, 항구에서 흐바르나 브라치 같은 섬으로 당일치기 페리 여행도 가능합니다. 두브로브니크는 성벽 투어가 필수인데 입장료가 35유로 정도로 비싸지만, 아드리아 해를 끼고 도는 2킬로미터 성벽 위 산책은 다른 데서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지요. 6-8월 성수기에는 크루즈 관광객이 몰려서 사람에 치일 수 있으니 가능하면 4-5월이나 9-10월을 추천합니다.

예산은 항공권을 빼고 1인 8박 10일 기준 150-200만 원 정도로 잡으시면 적당합니다. 숙소는 부킹닷컴이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1박 7만 원선 게스트하우스부터 15만 원대 부티크 호텔까지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식사는 점심을 가볍게 먹고 저녁을 제대로 먹는 패턴이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았어요. 처음 발칸을 가신다면 너무 욕심내지 말고 류블랴나, 자그레브, 플리트비체, 두브로브니크 네 거점을 중심으로 짜시는 게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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