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사용법, 등산 갈 때 방위 읽는 기본기 한 번에 정리

스마트폰 지도 앱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요즘은 길을 잃을 일이 거의 없는 시대인데요. 그래도 산속에 들어가 신호가 끊기거나, 배터리가 다 됐거나, 갑자기 안개가 끼어 시야가 막히는 상황을 한 번이라도 겪어보면 손바닥만 한 도구 하나의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작은 자석 바늘 하나가 전기 한 톨 안 쓰고도 평생 북쪽을 가리켜 주니까 비상시에 이만한 도구가 없거든요. 등산을 자주 하시는 분이라면 배낭 한쪽에 늘 챙겨 다니시는 것이 좋고, 가족 단위로 캠핑이나 트레킹을 다니실 계획이라면 아이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좋은 야외 학습이 되기도 합니다. 무게 30그램이 안 되는 작은 도구지만 어떻게 쓰는지 익혀두면 위급한 순간 평생 한 번쯤은 본전을 뽑게 됩니다.

제일 흔히 쓰이는 형태는 베이스플레이트가 달린 사각 모양의 등산용입니다. 투명한 직사각형 판 위에 둥근 회전 다이얼이 얹혀 있고 그 안에 빨간 자석 바늘이 떠 있는 모양인데, 다이얼 가장자리에 0도부터 360도까지 눈금이 새겨져 있고 동서남북 글자도 표시돼 있습니다. 베이스플레이트에는 여러 줄이 그어져 있는데,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굵은 화살표가 있고 측면에는 거리 측정용 자가 새겨져 있어 지도 위 거리도 잴 수 있습니다. 다이얼 안쪽 바닥에는 평행한 빨간 줄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줄을 자석 바늘과 정렬시키는 작업이 핵심 동작입니다. 자석 바늘은 두 색으로 구분되는데 보통 빨간 쪽이 북쪽이고 검정이나 흰색이 남쪽입니다. 모델마다 다를 수 있으니 처음 구입했을 때 설명서를 한 번은 읽어두시는 게 좋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용법은 현재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알아내는 작업입니다. 나침반을 한 손으로 가슴 앞에 수평으로 들고, 진행 방향 화살표를 내가 가고자 하는 쪽으로 똑바로 향하게 합니다. 그 상태에서 다이얼을 천천히 돌려 안쪽 빨간 줄과 자석 바늘의 빨간 쪽을 일치시켜요. 다이얼이 멈췄을 때 진행 방향 화살표 끝에 적힌 숫자를 읽으면 그게 바로 그 방향의 방위각입니다. 예를 들어 90도면 정동, 180도면 정남, 270도면 정서, 0도나 360도면 정북이 되는 식이죠. 산행 중에 갈래길에서 어느 쪽이 정확히 어느 방향인지 알아두면 그 다음 돌아올 때도 길을 찾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려면 측정한 방위각에 180도를 더하거나 빼서 반대 방위각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지도와 함께 쓰면 활용도가 한층 올라갑니다. 우선 지도를 평평한 곳에 펼치고 그 위에 나침반을 올린 다음, 지도 위쪽이 북쪽이 되도록 회전시켜 자석 바늘과 지도의 북쪽이 일치하도록 맞춥니다. 이걸 지도 정치라고 부르는데, 이 상태가 되면 지도 위 길이나 능선이 실제 풍경 속 어느 방향인지 그대로 보입니다. 이번엔 현재 위치에서 가야 할 목표 지점까지 베이스플레이트 가장자리 직선을 갖다 댑니다. 진행 화살표가 목표 쪽을 가리키도록 놓고, 지도 위에 그어진 자북선이나 격자선과 다이얼 안쪽 줄이 평행이 되도록 다이얼을 돌립니다. 그 상태에서 나침반을 지도에서 떼어내 들고 일어선 다음 다시 자석 바늘과 다이얼 안쪽 빨간 줄을 일치시켜요. 진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곧 가야 할 방향입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해 두실 점은 자석 바늘이 가리키는 북쪽과 지도가 기준으로 삼는 진짜 북쪽이 약간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자석 바늘은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가는 자북을 가리키고, 지도는 지구 자전축이 통과하는 진북을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둘 사이의 각도 차이를 자기편차라 부르는데 한반도에서는 보통 7도에서 9도 사이로 자북이 진북보다 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등산 지도 한쪽 모서리에 자북선과 진북선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보고 어림잡으시면 큰 오차 없이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짧은 거리에서는 무시해도 차이가 거의 없지만 수 킬로미터 단위로 이동하시는 산행에서는 한두 도 차이가 수백 미터의 오차로 벌어질 수 있어 신경 써서 보정해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실수도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흔한 건 손목시계나 휴대폰, 자동차 열쇠처럼 자기장을 만드는 물건을 나침반 가까이 두는 일입니다. 자석 바늘이 그쪽으로 끌려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게 되니까 측정할 때는 양손과 가슴 앞에 다른 금속이나 전자기기가 없는 상태로 잡으셔야 합니다. 철탑 아래나 송전선 근처, 자동차 보닛 위, 큰 바위 옆에서도 측정값이 흔들릴 수 있으니 자리를 살짝 옮겨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시고요. 측정 자세도 중요한데 나침반이 기울어지면 바늘이 한쪽으로 쏠려 정확하지 않게 됩니다. 가능한 한 수평으로 똑바로 들고, 한 번에 안 보이면 두세 번 다시 정렬해 평균값을 잡으면 오차가 줄어듭니다.

등산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활용할 자리는 의외로 넓습니다. 새 집에 이사 가서 가구 배치를 풍수에 맞춰 두고 싶을 때 거실 한가운데서 방위를 잡아두면 동서남북에 맞춰 침대나 책상을 놓을 수 있고, 텃밭이나 정원을 만들 때 어느 쪽이 남향인지 정확히 알아야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작물을 심을 수 있죠. 차박이나 캠핑에서 텐트 입구를 어느 쪽으로 낼지 정할 때,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가서 방향을 잡을 때, 별자리를 관측할 때도 손에 하나 있으면 든든합니다. 어린 자녀와 공원이나 가까운 산을 다니실 때 작은 나침반 하나 쥐여주고 방향 찾기 놀이를 시켜보시면 자연스레 방위 개념을 익히게 됩니다.

구매하실 때 챙기실 점은 액체가 새지 않는 캡슐형 다이얼인지, 자석 바늘이 빨리 안정되는지, 베이스플레이트에 거리 자가 잘 보이게 새겨져 있는지 정도입니다. 가격은 작은 키홀더형이 만 원 안쪽이고, 등산용 베이스플레이트형이 보통 2만에서 5만 원 사이, 본격적인 사용을 위한 거울형이나 클리노미터 기능이 붙은 모델은 7만 원 이상까지 올라갑니다. 처음 한두 번만 써보실 거면 중간 가격대로도 충분합니다. 보관할 땐 다른 자석이나 강한 전자기기와 떨어진 곳에 두시고, 가끔 꺼내서 자석 바늘이 움직임이 매끄러운지 확인해 주시면 오래 쓰실 수 있습니다.

비상 상황을 가정해 미리 연습해 둘 만한 시나리오도 몇 가지 있습니다. 산행 중 안개가 짙게 끼어 100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때, 출발 전 지도에 미리 적어둔 능선 방향과 현재 방위를 비교해 어디로 향해야 할지 결정합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을 때 해의 위치만으로 동서를 어림짐작하기보다 나침반으로 정확한 방위를 잡는 편이 안전하고요. 야간에 길을 잃었다면 헤드램프로 다이얼을 비추면서 방향을 잡되 한 자리에 멈춰 차분히 측정한 뒤 움직이세요. 무리해서 어두운 능선을 따라가다 헛디디는 사고가 길을 잃는 자체보다 더 위험합니다. 일행이 흩어졌을 때 출발지 방향의 방위각을 미리 정해두면 흩어진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모여드는 약속처럼 활용할 수 있어 단체 산행에서는 출발 전 한 번 합을 맞춰두는 게 좋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길잡이 역할을 맡아 일정 거리마다 멈춰 방위를 다시 측정하고 동료들에게 알려주면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요. 종이 지도를 비닐 봉투에 한 번 더 넣어두면 비나 안개에도 젖지 않아 한층 안심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놓고 한 번도 안 써본 도구가 가장 무용지물이니, 평지에서라도 한두 번 다이얼을 돌려보고 익숙해진 다음 산에 가시는 습관을 들이세요. 손이 기억할 정도로 익혀두면 위급한 순간에 머리로 헤매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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