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을 차릴 때 어른들이 복숭아만큼은 올리지 말라고 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과일은 다 괜찮은데 왜 유독 복숭아만 안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여기에는 오래된 민간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복숭아나무와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무당이 굿을 할 때나 잡귀를 물리치고 부정을 씻어 낼 때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쓰는 풍습이 있었을 정도로, 복숭아는 나쁜 기운을 막아 주는 신성한 과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의 혼을 집으로 모셔 음식을 대접하는 자리입니다. 귀신을 쫓는다는 복숭아를 상에 올리면, 정작 모시려는 조상의 혼령까지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는 셈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복숭아나무 가지를 집 안에 들이는 것도 꺼렸습니다. 그래서 조상이 편히 다녀가시도록, 평소에는 즐겨 먹는 복숭아라도 제사상에서만큼은 빼는 것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꺼리는 음식이 더 있습니다. 이름 끝에 치가 들어가는 갈치나 꽁치, 삼치 같은 생선은 예로부터 비늘이 없거나 흔하다 하여 천한 것으로 여겨 올리지 않는 집이 많고, 고춧가루나 마늘처럼 향이 강하고 붉은 양념도 잡귀를 쫓는다 하여 쓰지 않습니다. 팥처럼 붉은 음식 대신 흰 고물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이런 규칙은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라 지역과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고, 요즘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집도 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은 복숭아가 귀신을 쫓아 조상의 혼령까지 막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근거라기보다 오랜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니, 집안 어른의 방식을 따르되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 두면 제사 준비가 한결 이해되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