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길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밟으면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 노란 은행잎은 고운데 열매는 왜 그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지 궁금해진다.
냄새는 열매를 감싼 겉껍질에서 난다. 은행 열매는 물렁한 겉껍질에 싸여 있는데, 이 겉껍질이 뭉개지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특정 산 성분이 그 냄새를 낸다. 겉껍질에는 상한 음식이나 발 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내는 산 성분이 들어 있어, 밟혀 터지면 냄새가 확 퍼진다. 물렁한 겉껍질이 뭉개질수록 그 성분이 공기 중에 더 많이 퍼져 냄새가 심해진다.
이 냄새에는 이유가 있다. 고약한 냄새와 잘 무르는 겉껍질은, 아무 동물이나 함부로 먹어 치우지 못하게 씨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냄새로 씨를 지키는 셈이다. 냄새가 지독해 동물이 잘 건드리지 않으니, 속에 든 씨가 상하지 않고 남아 다시 싹틀 수 있다. 고약한 냄새가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씨를 지키는 요긴한 무기인 셈이다.
겉껍질은 만지면 피부에 자극도 준다. 은행 겉껍질에는 맨손으로 만지면 따갑거나 가려울 수 있는 성분도 있어, 주울 때는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냄새나는 열매는 암나무에서 열린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냄새나는 열매는 암나무에만 열린다.
그래서 가로수는 수나무를 심는다. 열매 냄새 때문에, 길가 가로수로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를 골라 심는 곳이 많다. 다 자라기 전에는 암수를 가리기 어려워, 요즘은 미리 구별해 수나무만 심기도 한다.
속 알맹이는 먹는 은행알이다. 고약한 겉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단단한 속 알맹이가, 구워 먹는 노란 은행알이다. 다만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 적당히 먹는 게 좋다.
정리하면 은행 열매가 고약한 냄새를 내는 것은 겉껍질에 든 산 성분 때문이며, 이 냄새가 동물로부터 씨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냄새나는 열매는 암나무에서 열려, 가로수로는 수나무를 주로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