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낮에 영화관에 들어가면 처음 몇 초는 발밑도 안 보여 벽을 더듬게 되지만, 자리에 앉아 잠시 지나면 옆 사람 얼굴까지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 한동안 안 보이는 것은 눈이 밝은 곳에 맞춰 감도를 낮춰 두었기 때문이고, 어둠에 맞게 감도를 다시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눈의 망막에는 두 종류의 세포가 있다. 밝은 곳에서 색과 세부를 보는 원뿔세포와, 어두운 곳에서 흑백으로 희미한 빛을 잡는 막대세포다. 막대세포는 로돕신이라는 빛에 민감한 색소를 써서 아주 약한 빛도 감지하는데, 이 색소는 빛을 받으면 분해되어 신호를 만든다. 밝은 곳에 있으면 로돕신이 계속 분해되어 거의 남지 않고, 막대세포는 사실상 꺼진 상태가 된다.
갑자기 어두워지면 원뿔세포는 빛이 부족해 일을 못 하고, 막대세포는 로돕신이 바닥나 아직 일을 못 한다. 이 공백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몇 초다. 그 뒤 로돕신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막대세포가 서서히 깨어나는데, 처음 몇 분 안에 빠르게 좋아지다가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20분에서 30분이 걸린다. 이 과정을 암순응이라 하고, 다 적응하면 처음보다 수천 배 약한 빛도 볼 수 있다.
동공도 함께 움직인다. 어두워지면 동공이 넓어져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데, 이는 몇 초면 끝나는 빠른 반응이라 처음의 개선은 대부분 동공 덕이고 그 뒤 긴 시간의 개선은 로돕신 회복 덕이다. 반대로 어두운 극장에서 밝은 밖으로 나오면 눈이 부신 것은 잔뜩 쌓인 로돕신이 한꺼번에 분해되며 신호가 넘치기 때문이고, 이쪽 적응은 1분 안에 끝난다.
이 원리를 알면 요령이 생긴다. 밤에 별을 보러 나갈 때 스마트폰을 한 번 보면 애써 쌓은 로돕신이 날아가 다시 20분을 기다려야 하고, 붉은빛은 막대세포를 덜 자극해 천문대나 잠수함에서 붉은 조명을 쓴다. 비타민 A가 로돕신의 재료라 부족하면 밤눈이 어두워지는 야맹증이 생긴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한동안 안 보이는 것은 눈의 감도 조절 장치가 다시 켜지는 데 시간이 걸려서이니, 몇 초 서서 기다리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