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왜 베란다에 자꾸 올까?

아파트 베란다 난간이나 에어컨 실외기 위에 비둘기가 날마다 찾아와 앉고 배설물을 쌓아 놓는 집이 많다. 비둘기가 자꾸 오는 이유는 그곳이 바람과 비를 피하면서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안전한 쉼터이고, 한 번 앉아 본 자리를 기억해 되돌아오는 습성 때문이다. 쫓아내도 다시 오는 것은 그 자리가 이미 자기 영역으로 기억됐기 때문이라 자리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끊어진다.

비둘기는 원래 바위 절벽 틈에 둥지를 틀던 새라 아파트 외벽과 실외기 틈, 난간 아래 턱처럼 좁고 높은 곳을 절벽처럼 여긴다. 특히 실외기 뒤쪽은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위가 가려져 있어 봄가을 번식기에 둥지 자리로 가장 선호된다. 한 쌍이 둥지를 틀면 알을 두 개씩 1년에 대여섯 번까지 낳기 때문에 초기에 막지 않으면 금세 식구가 늘어난다.

먹이도 큰 이유다. 베란다에 말리는 곡식이나 화분의 씨앗, 아래층에서 던져 주는 과자 부스러기가 있으면 비둘기는 그 건물을 먹이터로 기억한다. 귀소 본능이 강해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돌아오는 새라, 한 번 먹이를 얻은 장소는 좀처럼 잊지 않는다. 그래서 쫓기 전에 먹을 것부터 치우고 이웃도 먹이를 주지 않아야 효과가 있다.

쫓는 방법은 앉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난간 위에 끝이 뭉툭한 플라스틱 버드 스파이크를 붙이거나, 실외기 위에 경사진 판을 얹어 발 디딜 곳을 없앤다. 번쩍이는 테이프나 CD는 처음 며칠은 효과가 있지만 비둘기가 금방 익숙해져 오래가지 않는다. 비둘기가 싫어하는 계피나 후추 냄새를 뿌리는 것도 비가 오면 씻겨 나가 반복해야 한다. 그물을 쳐서 아예 진입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낫다.

배설물은 그냥 두면 안 된다. 산성이 강해 난간 도장과 실외기 부품을 삭히고, 마른 뒤 가루가 날리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치울 때는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물을 먼저 뿌려 적신 뒤 긁어내야 가루가 날리지 않는다. 알이나 새끼가 있는 둥지는 야생동물이라도 함부로 옮기면 안 되니 관리사무소나 구청에 문의하는 것이 맞다.

비둘기가 베란다에 자꾸 오는 것은 그곳을 절벽 같은 둥지 자리와 먹이터로 기억하기 때문이니, 먹이를 없애고 앉을 자리를 없애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발길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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