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할머니 댁에 가면 처마 밑에 볏짚으로 묶인 누런 덩어리들이 매달려 있었어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된장과 간장의 출발점인 메주더라고요. 집에서 장을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면서 메주 만드는 과정을 제대로 공부해봤습니다.
메주는 보통 음력 10월에서 11월 사이,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만들어요. 이때 만들어야 잡균이 적고 발효가 잘 된다고 해요. 재료는 딱 하나, 메주콩입니다. 그해 햇콩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고요. 먼저 콩을 깨끗이 씻어서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 물에 충분히 불려둡니다.
불린 콩은 솥에 넣고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푹 삶아요.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힘없이 뭉개질 정도면 충분히 익은 거예요. 삶은 콩은 뜨거울 때 절구나 기계로 으깨서 반죽처럼 만든 다음, 벽돌 모양이나 둥근 덩어리 형태로 빚어줍니다. 크기는 보통 가로 10cm, 세로 20cm 정도의 직육면체로 만들어요. 너무 크면 속까지 발효가 고르게 안 될 수 있으니까요.
빚은 메주는 따뜻한 곳에서 며칠 동안 겉면을 말려 굳혀줍니다. 그다음에 볏짚으로 엮어서 처마 밑이나 통풍이 잘 되는 실내에 매달아두는 거예요. 볏짚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볏짚에 서식하는 고초균이라는 유익한 균이 메주에 달라붙어 발효를 도와주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볏짚을 이용하는 전통 방식이 지금도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발효는 약 40일에서 60일 정도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표면에 흰색이나 노란색 곰팡이가 피어오르는데, 이건 정상적인 발효의 신호예요. 오히려 환영해야 할 모습입니다. 반면 검은색이나 짙은 파란색 곰팡이가 생기면 잡균이 번식한 거라 실패한 메주로 봐야 해요. 발효 중간에 한 번씩 뒤집어주면 균일하게 발효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효가 끝난 메주는 겉면을 솔로 깨끗이 털고 햇볕에 말려요. 이렇게 잘 뜬 메주를 봄에 소금물과 함께 항아리에 넣으면 된장과 간장이 되는 거예요. 음력 정월 말에서 2월 초 사이가 장 담그는 전통적인 시기입니다. 직접 만든 메주로 담근 된장은 시판 제품과는 맛이 확실히 달라요. 번거롭지만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우리 전통 음식 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