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사를 간소화하려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예전처럼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리는 건 준비하시는 분도 힘들고, 음식이 남아서 버리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간소화를 하고 싶어도 뭘 빼고 뭘 남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세요. 아무리 줄여도 빠지면 안 되는 기본 항목들이 있거든요.
제사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밥과 국이에요. 메라고도 하는 밥은 제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돌아가신 분께 식사를 대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간소화해도 이건 빼기 어려워요. 국은 갱이라고 하는데, 보통 소고기 무국이나 두부국 같은 맑은 국으로 준비합니다. 설날 제사라면 떡국이 밥을 대신하기도 해요.
과일도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항목이에요. 전통적으로 조율이시라고 해서 대추, 밤, 배, 감을 기본으로 올리는데요, 이 네 가지가 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대추는 씨가 하나라서 임금을, 밤은 세 톨이 한 송이에 들어 있어서 삼정승을 상징한다는 식이죠. 꼭 네 가지를 다 갖추기 어려우시면 대추와 밤 정도는 올려놓는 게 좋아요. 거기에 제철 과일 한두 가지를 추가하면 충분합니다.
포도 빠지면 안 돼요. 포는 말린 것을 뜻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북어포예요. 구하기도 쉽고 보관도 편하니까 제사상 간소화할 때 가장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는 항목이에요. 대포나 육포를 쓰시는 집도 있는데, 어떤 포든 한 가지는 올리시는 게 좋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과일과 포가 제사상에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히고 있어요.
나물도 기본적으로 올리는 편인데요, 전통적으로는 세 가지 나물을 올려요. 흰색 나물인 도라지나 숙주, 갈색 나물인 고사리, 초록색 나물인 시금치나 미나리 이런 식으로 색을 맞춰서 준비하는 건데요, 간소화한다면 한두 가지만 준비하셔도 괜찮아요. 나물은 준비하기도 비교적 쉬운 편이라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전을 올릴 것인지가 사실 간소화의 핵심인데요, 전통 제사에서는 동태전, 육전, 호박전 등 여러 가지를 부치는데 이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름 냄새도 많이 나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거든요. 성균관에서도 기름에 튀긴 음식은 필수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어서, 전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빼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대신 산적 한 가지 정도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탕은 예전에는 삼탕이라고 해서 세 가지를 준비했지만, 요즘은 한 가지 탕만 올리는 집이 많아졌어요. 소고기와 무, 두부를 넣은 탕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것도 부담스러우시면 국으로 대체하셔도 크게 문제없어요.
성균관에서 제시한 간소화 기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는데요, 9가지 정도의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려도 된다는 입장이에요. 밥, 국, 포, 과일, 나물, 적 정도를 기본으로 잡고, 여기에 집안 어른분들이 중요하게 여기시는 한두 가지를 추가하시면 적당합니다.
중요한 건 음식의 가짓수가 아니라 정성이에요. 예전에는 많이 차리는 게 효도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편안하게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음식 준비에 지쳐서 정작 제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보다는, 적은 음식이라도 정성껏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