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콩을 사러 가면 서리태 옆에 알이 훨씬 작은 서목태가 있고, 꼭 약콩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데요. 같은 검은콩인데 왜 유독 이 작은 콩만 약콩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하신 분이 많습니다. 답은 이 콩이 예부터 식재료보다는 약재로 쓰여 온 콩이기 때문인데요, 동의보감을 비롯한 옛 의서에 약으로 쓰는 콩으로 기록된 것이 바로 이 서목태입니다.
이름부터 풀어보면 서목태는 쥐 서, 눈 목 자를 써서 쥐의 눈을 닮은 콩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쥐눈이콩이라고도 부릅니다. 콩알이 검고 반질반질하며 일반 검은콩의 절반도 안 될 만큼 작은데요. 흔히 헷갈리는 서리태는 알이 굵고 속이 파란 밥밑콩인 반면, 서목태는 알이 잘고 속이 노르스름한 별개의 콩입니다. 옛 의서에서는 서목태를 두시라는 약재의 재료로 삼거나 해독과 신장 기운을 돕는 데 썼다고 적고 있어서,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약콩이라는 별명이 굳어졌어요.
현대 영양학의 눈으로 봐도 별명이 아주 근거 없는 건 아닌데요. 서목태는 알이 작은 만큼 같은 무게라면 껍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데, 검은콩의 기능 성분으로 꼽히는 안토시아닌이 바로 그 검은 껍질에 몰려 있습니다. 알이 잔 서목태가 굵은 검은콩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에서 유리한 이유예요. 여기에 콩 단백질과 이소플라본, 식이섬유 같은 콩 본연의 영양도 그대로라, 항산화 성분을 챙기려는 분들에게 검은콩 중에서도 우선순위로 꼽히곤 합니다.
먹는 방법은 콩물이 대표적인데요. 서목태는 알이 잘아 밥에 두면 식감이 자잘하게 흩어지기 때문에, 불려서 삶은 뒤 갈아 콩물로 마시거나 검은콩차처럼 볶아 우려내는 쪽이 일반적입니다. 콩물을 만들 때는 콩을 대여섯 시간 불리고 삶은 뒤 삶은 물과 함께 곱게 갈면 되는데, 껍질의 검은 물이 우러나는 건 안토시아닌이 녹아 나온 것이니 버리지 말고 함께 갈아 쓰는 게 요령이에요. 너무 오래 삶으면 비린 맛이 도니 끓기 시작하고 10분 안팎이면 충분하고, 소금을 아주 조금만 치면 고소한 맛이 확 올라옵니다. 여름 콩국수 국물로 쓰면 일반 백태 콩물보다 빛깔은 짙어도 맛은 한층 구수하고, 식초에 절여 먹는 초콩을 서목태로 담그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약콩이라는 별명만 믿고 약처럼 기대하시는 건 곤란한데요. 서목태는 어디까지나 영양 좋은 콩이지 질환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고, 신장이 좋지 않아 단백질이나 칼륨 섭취를 조절해야 하는 분이라면 콩물을 들이켜는 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통풍이 있는 분도 콩류 섭취량은 신경 쓰시는 게 좋아요. 건강한 사람이 밥상에서 꾸준히 먹는 식재료로 접근하는 게 가장 바른 자리매김입니다.
정리하면 서목태가 약콩이라 불리는 건 옛 의서에서 약재로 다뤄온 내력에, 작은 알 덕분에 껍질의 안토시아닌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현대적 근거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서리태와는 다른 콩이니 콩물이나 콩차로 즐기실 거라면 알 작고 반질한 쥐눈이콩, 서목태를 골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