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담벼락을 따라 키 큰 접시꽃이 줄지어 핀 풍경을 보면, 우리 집에도 한 번 심어 두면 해마다 알아서 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심어 보면 이듬해 꽃을 못 보는 경우도 있어 헷갈립니다.
접시꽃은 사실 한 해 만에 피고 지는 한해살이가 아니라 두해살이 풀에 가깝습니다. 씨를 뿌린 첫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자라며 뿌리에 힘을 모으고, 이듬해가 되어서야 키를 쭉 올리며 꽃을 피웁니다. 첫해에 꽃이 안 핀다고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한 번 심으면 해마다 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접시꽃은 꽃이 진 자리에 씨를 잔뜩 떨어뜨리는데, 그 씨가 주변에 떨어져 저절로 싹을 틔웁니다. 같은 그루가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떨어진 씨앗이 대를 이어 가며 해마다 꽃밭을 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접시꽃을 꾸준히 보려면 씨가 떨어지도록 꽃대를 너무 일찍 다 잘라 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떨어진 씨가 자리 잡으면 손대지 않아도 군락이 유지됩니다. 원하는 자리에서 키우고 싶으면 가을에 여문 씨를 받아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뿌려 주면 됩니다.
정리하면 접시꽃은 한 그루가 해마다 피는 것이 아니라 떨어진 씨가 대를 이어 피우는 꽃입니다. 첫해에 꽃이 없어도 기다리고, 씨가 떨어질 여지를 남겨 두면 담장 가득 접시꽃을 해마다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