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시장 한켠에 조용히 놓여 있는 초록빛 나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중에서도 쌉쌀한 향이 매력적인 ‘엄나무순’은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봄의 보물 같은 식재료예요. 보기엔 투박해 보이지만 잘 다듬고 조리하면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별미가 됩니다. 살짝 손질만 제대로 해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자연의 맛이죠.
엄나무순을 요리하기 전에는 먼저 데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생으로는 질기고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살짝 데쳐주세요. 너무 오래 데치면 향이 빠지고 질감이 무르기 쉬우니 살짝만 데쳐낸 후 찬물에 헹궈 열기를 식혀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조리법은 ‘엄나무순 된장무침’이에요. 데친 엄나무순을 손으로 한 번 꼭 짠 후, 된장,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고춧가루 약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끝. 이때 된장은 너무 짜지 않은 걸로 선택하고, 물을 아주 약간 넣어주면 더 부드럽게 섞여요. 밥이랑 같이 먹으면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져 정말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엄나무순 들깨국’이 있어요. 멸치나 다시마로 간단히 육수를 내고, 된장 약간과 들깨가루를 넣은 다음 데친 엄나무순을 넣고 한소끔 끓이면 고소하면서도 구수한 국이 완성됩니다. 봄철 입맛이 없을 때 이 국 한 그릇이면 속이 참 편안해지죠. 두부나 버섯을 추가해도 잘 어울리고, 국물이 진득할수록 더 깊은 맛이 납니다.
엄나무순은 전으로 부쳐도 좋아요. 데친 엄나무순에 부침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구워내면 식감도 좋고, 쌉싸래한 향이 은은하게 살아납니다. 부침 반죽에 달걀을 살짝 섞으면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고요. 간장에 찍어 먹으면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조금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데친 엄나무순을 된장찌개에 넣어보세요. 일반 된장찌개에 감자, 애호박, 양파 등을 넣고 마지막에 엄나무순을 살짝 올려 끓이면 봄 향이 그대로 녹아든 찌개가 완성돼요. 평범한 된장찌개가 전혀 다른 매력으로 변신하는 순간입니다.
엄나무순은 조리법이 어렵지 않고, 기본 양념만 잘 맞춰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재료입니다. 봄이 지나가기 전, 자연이 주는 건강한 맛을 식탁 위에 꼭 한 번 올려보시길 추천드려요. 손은 조금 가지만, 먹고 나면 왠지 몸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음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