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는 해산물 중에서도 계절에 따라 맛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생물 중 하나입니다. 제철을 잘 맞추면 살이 가득 차고 감칠맛이 진한데, 시기를 잘못 만나면 껍데기만 크고 속은 텅 빈 경우도 적지 않죠. 그래서 시장이나 마트에서 꽃게를 고를 때는 그냥 크기만 보지 말고, 지금이 어떤 철인지, 수꽃게인지 암꽃게인지까지 살펴보는 게 좋아요.
꽃게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크게 두 번입니다. 봄과 가을이죠. 봄에는 주로 암꽃게가,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철입니다.
봄철, 특히 4월에서 5월 사이에 나오는 암꽃게는 알이 꽉 차 있어서 ‘내장 맛’이 좋아요. 게딱지를 열었을 때 노란빛을 띤 알과 게간이 한가득 들어차 있는 걸 보면 눈으로도 제철임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예요. 이 시기의 암꽃게는 찜이나 조림으로 많이 먹는데, 게딱지 안 알을 퍼서 밥에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진한 맛을 냅니다. 이 알맛을 아는 사람들은 수꽃게보다 암꽃게를 더 찾는 편이기도 하고요.
반면 가을, 대략 9월에서 10월에 나오는 수꽃게는 살맛이 아주 뛰어납니다. 암꽃게처럼 내장이 많진 않지만, 대신 껍질 안에 흰살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어서 살을 발라먹는 재미가 있어요. 이 시기의 꽃게는 찜이나 탕으로 먹었을 때 육즙이 풍부하고, 살결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식감이 정말 좋아요. 수꽃게는 주로 게장으로 담그기도 많이 하는데, 간장게장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가을 수꽃게가 최고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름은 꽃게의 산란기입니다. 이 시기는 대부분 금어기라서 국내산 꽃게 유통이 거의 없고, 나온다고 해도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아요. 살이 빠지고 맛도 밍밍해지는 시기라서 보통 이때는 소비도 적고, 유통되는 꽃게는 거의 냉동이거나 수입산이에요. 또 겨울에는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속살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살이 수분을 많이 머금은 상태라 해동하거나 조리했을 때 쉽게 물컹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꽃게를 살 때 계절도 중요하지만, 손질 후 어떻게 보관되었는지도 맛에 영향을 줘요. 제철에 잡은 꽃게라도 바로 급냉을 하지 않으면 살이 물러지기 쉽고, 반대로 냉동 꽃게라도 급냉 상태가 좋으면 의외로 알차고 맛있는 경우가 있어요. 다만 냉동 상태가 오래되면 껍질이 물러지고 비린내가 올라오니까 이 점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꽃게는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맛이고, 여름과 겨울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시기를 잘 맞춰 먹으면 껍질을 까는 수고도 잊게 만드는 맛을 주는 게 바로 꽃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