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꼭 먹어봐야 하는 별미가 몇 가지 있는데요. 작년 봄에 당진 쪽으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처음 실치회를 먹어봤거든요. 투명하고 가느다란 실 같은 생선을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건데,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식감이 정말 독특했어요. 그때 반해서 올해도 꼭 먹으러 가야지 하고 있습니다.
실치는 뱅어의 유어, 그러니까 어린 물고기를 말하는데요. 크기가 2-3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생선이에요. 투명한 몸에 실처럼 가늘어서 실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작은데도 칼슘 함량이 어마어마해서, 멸치의 9배에 달하는 칼슘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뼈째 먹는 생선이라 칼슘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철 시기가 아주 짧은 게 특징이에요. 보통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가 실치회를 먹을 수 있는 시기인데요. 5월 중순이 넘어가면 뼈가 굵어지고 내장이 커지면서 쓴맛이 나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실치회를 제대로 즐기려면 3월 말에서 4월 사이가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실치가 유명한 곳은 충남 당진이에요. 석문면 장고항리에 있는 어항이 국내 최대 실치 어장으로 알려져 있고, 이곳에서 실치회 무침을 처음 상품화해서 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4년부터는 장고항 실치회 축제도 매년 열리고 있어서 제철에 맞춰서 가면 축제와 함께 싱싱한 실치회를 즐길 수 있어요.
실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성질이 매우 급하다는 거예요. 물에서 건져 올리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산지가 아닌 곳에서는 싱싱한 회로 먹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치회는 현지에서 직접 가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에요. 내륙까지 운반하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지거든요.
실치회 먹는 방법은 간단해요. 갓 잡은 실치를 물에 한번 헹궈서 접시에 담고, 채 썬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됩니다.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주면 고소함이 더해져서 맛이 한층 좋아지고요. 씹히는 맛이 거의 없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느낌이라 비린 맛에 약한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회 말고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데요. 실치볶음은 마른 실치를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볶아내는 건데, 밥반찬으로 딱이에요. 실치전도 있는데, 부침개 반죽에 실치를 넣고 부치면 바삭하면서 고소한 맛이 납니다. 말린 실치를 육수로 사용하면 깊은 감칠맛을 낼 수도 있고요.
가격은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산지 기준으로 실치회 한 접시에 1만 원대 후반에서 2만 원대 정도가 보통이에요. 장고항이나 마검포항 주변 식당에서 갓 잡은 걸 바로 내주니까 신선도는 보장되고요. 봄에 당진 방면으로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실치회 꼭 한번 드셔보세요. 짧은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 타이밍을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