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유족분들이 49제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음식을 어떻게 차려야 하는지 몰라서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부모님 여쭤보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정도였는데, 막상 직접 준비하려면 뭘 올려야 하고 뭘 빼야 하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49제 제사음식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봤어요.
우선 49제가 뭔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갈게요. 49제는 사십구재라고도 부르는데, 불교에서 유래한 장례 의식이에요. 고인이 돌아가신 날부터 세어서 49일째 되는 날에 지내는 거예요.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중음(中陰)이라는 중간 상태에 머문다고 보거든요. 이 기간 동안 7일마다 한 번씩 재를 올려서 총 7번의 재를 지내게 되는데, 초재부터 시작해서 이재, 삼재 이런 식으로 가다가 마지막 칠재가 바로 49재인 거죠. 이 마지막 날에 고인의 영혼이 다음 생으로 넘어간다고 믿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49제를 지내는 경우가 꽤 많아요. 유교식 제사와는 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가장 큰 차이점은 불교식 49제는 기본적으로 채식 위주라는 점이에요. 살생을 금하는 불교 교리에 따라 육류나 생선 같은 어육류는 올리지 않는 게 원칙이거든요. 반면 유교식 제사는 쇠고기, 생선, 닭고기 같은 것들이 기본으로 올라가잖아요.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이에요.
49제 상차림의 기본 구성을 보면 생각보다 단출해요. 밥과 국을 기본으로 놓고, 3색 나물과 3색 과실을 준비하면 돼요. 3색 나물은 보통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이렇게 세 가지를 많이 쓰는데, 꼭 이 세 가지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콩나물이나 숙주나물을 넣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구할 수 있는 나물로 대체해도 됩니다. 다만 나물을 무칠 때 마늘이나 파 같은 오신채를 쓰지 않는 게 중요해요. 소금과 참기름 정도로만 간을 맞추는 거죠.
과일은 대추, 밤, 감이나 곶감, 배 이렇게 네 가지가 기본이고, 여기에 계절 과일을 추가하기도 해요. 봄이면 딸기, 여름이면 수박이나 참외, 가을이면 사과나 포도 같은 걸 올리면 됩니다. 다만 복숭아는 절대 올리면 안 돼요. 예로부터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과일이라고 해서 제사상에는 올리지 않는 게 전통이거든요. 이건 유교식 제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음식 준비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양념이에요. 고춧가루, 마늘, 파, 부추, 달래 같은 오신채는 사용하지 않아요. 불교에서 이런 자극적인 양념은 수행을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국을 끓일 때도 멸치 육수 대신 다시마나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내는 게 맞아요.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으로 풍미를 더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또 붉은색 음식도 피하는 게 좋은데, 팥이 대표적이에요. 팥떡이나 팥죽 같은 건 49제 상에는 올리지 않습니다.
절에서 49제를 지내는 경우에는 절차가 좀 정해져 있어요. 보통 예불로 시작해서 헌공, 독경, 발원문 낭독, 절, 그리고 음복 순서로 진행돼요. 음식은 절에서 따로 준비해주는 경우도 있고, 유족이 직접 가져가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스님께 여쭤보는 게 좋아요. 절에서 지내면 3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비용이 달라지는데, 규모나 절의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집에서 소박하게 지내셔도 전혀 문제없고요.
집에서 49제를 지내실 때 팁을 하나 드리자면,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꼭 한두 가지 올려보세요. 불교식 원칙에 어긋나더라도 고인을 위한 마음을 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스님들도 계시거든요. 물론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싶으신 분은 채식 위주로 준비하시면 되고, 조금 유연하게 하고 싶으신 분은 고인의 취향을 반영하셔도 괜찮습니다.
복장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49제 때는 검정색이나 짙은 회색 같은 어두운 색 계열의 단정한 옷을 입으시면 돼요. 장례식처럼 정장까지는 아니어도, 화려한 색상이나 노출이 심한 옷은 피하는 게 예의입니다. 절에서 지내는 경우라면 절에서 별도로 안내해주기도 해요.
정리하면 49제 제사음식은 밥, 국, 3색 나물, 3색 과일이 기본이고 오신채와 어육류를 쓰지 않는 게 핵심이에요. 처음 준비하시면 뭔가 빠진 것 같아서 불안할 수 있는데, 원래 간소하게 차리는 게 맞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화려한 상보다 정성스러운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