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직접 담그는 일은 한국 가정 부엌에서 점점 보기 드문 풍경이 됐습니다. 마트에서 좋은 된장도 쉽게 살 수 있고, 1년 가까이 발효시켜야 하는 인내심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번 직접 담가 보면 시판 된장과는 다른 깊은 맛에 매년 도전하고 싶어진다는 분이 많습니다. 메주 고르는 일부터 항아리 보관까지 한 단계씩 정리해보면 처음 도전하시는 분도 따라할 수 있습니다.
출발점은 메주입니다. 좋은 메주를 구하는 게 좋은 된장의 절반 이상을 결정합니다. 메주는 보통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만들어 한겨울 내내 발효시킨 것을 이듬해 봄에 사용합니다. 직접 만드시면 가장 좋지만 시간이 안 되시는 분은 시골 장날이나 메주 농가에서 구매하시면 됩니다. 메주는 표면에 적당히 흰 곰팡이가 펴 있고 속이 갈라진 모양이 나야 잘 발효된 메주입니다. 색이 너무 검거나 푸른 곰팡이가 많이 핀 메주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본격적인 담그기 작업은 음력 정월에서 이른 봄, 양력으로는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가 가장 적기입니다. 너무 추우면 발효가 더디고 너무 더워지면 잡균이 끼기 쉬워서 평균 기온이 영상 5도에서 10도 사이일 때 시작하시는 게 안정적입니다. 메주 1개당 천일염 2.5kg, 물 6리터를 기준으로 잡으시면 됩니다.
준비 단계에서 천일염을 따뜻한 물에 풀어 소금물을 만듭니다. 보통 18~20도 보메(소금 농도 측정 단위) 정도가 표준인데 계란을 띄웠을 때 500원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면 적당하다는 옛 어르신들 기준이 있습니다. 너무 약하면 잡균이 끼고 너무 진하면 발효가 더뎌지므로 농도 맞추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소금물을 만든 후 하루 정도 두어 가라앉은 침전물을 따라낸 맑은 물만 사용하시면 됩니다.
메주는 솔로 표면을 살살 닦아 먼지와 곰팡이를 정리한 후 깨끗한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그 위에 준비한 소금물을 부어 메주가 완전히 잠기게 합니다. 표면에는 마른 고추 두세 개, 숯 두세 덩어리, 대추 몇 개를 띄워 잡균 번식을 막고 향을 살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항아리 입구는 망사 천으로 덮고 그 위에 무거운 뚜껑을 올려 햇볕이 드는 마당이나 옥상에 두세요. 햇빛을 보면서 발효가 진행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40일에서 60일 정도 지나 소금물이 깊은 갈색으로 우러나면 메주를 건져냅니다. 이 단계에서 소금물은 간장이 되고, 건진 메주는 손으로 잘게 부순 다음 항아리에 다시 담아 표면을 평평하게 누르고 굵은 소금을 살짝 뿌려 마무리합니다. 이게 된장이고 별도 항아리로 옮겨 6개월에서 1년 정도 추가 숙성시키면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발효 중에는 비가 오는 날에는 뚜껑을 닫고 맑은 날에는 한 번씩 열어 햇볕을 쬐어줍니다. 푸른곰팡이가 표면에 피면 그 부분만 걷어내고 다시 소금을 살짝 뿌려두면 됩니다. 흰 곰팡이는 정상 발효의 일부니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시고요. 항아리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완성된 된장은 항아리에 그대로 두고 필요할 때마다 깨끗한 숟가락으로 떠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새 숟가락을 매번 사용하셔야 잡균이 들어가지 않고 항아리 안 환경이 유지됩니다. 직접 담근 된장은 매년 봄에 새로 담가 한 단지씩 묵혀가시면 매년 더 깊은 된장이 만들어지고, 한 가정의 식탁 깊이가 한 단계 깊어집니다. 손이 가는 일이지만 한번 해보시면 매년 봄을 기다리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