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잎이 크고 두툼한 나무에 살구처럼 생긴 주황빛 열매가 소담하게 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열매가 바로 비파로,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봤어도 실제로 맛본 적은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유통되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파는 장미과에 속하는 비파나무의 열매다. 원래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해안이나 제주 같은 남부 지역에서 재배된다. 다른 과일과 달리 늦가을이나 겨울에 꽃을 피우고 이듬해 초여름에 열매가 익는 독특한 생육 주기를 가져, 열매를 만나는 시기도 다른 과일과 조금 어긋나 있다.
맛은 새콤달콤하면서 은은한 단맛이 도는 부드러운 과육이 특징이다. 살구와 감귤의 중간쯤 되는 상큼함이라고들 표현하며, 껍질을 벗기면 안에 제법 큰 씨가 몇 개 들어 있어 먹을 수 있는 살은 생각보다 얇은 편이다. 물기가 많고 살이 무른 편이라 오래 두면 금세 물러지므로, 손에 넣으면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비파는 열매뿐 아니라 잎도 오래전부터 쓰임이 많았다. 비파나무의 넓고 두꺼운 잎을 말려 차로 우려 마시는 문화가 있고, 한방에서도 잎을 약재로 다뤄 왔다. 잎 자체가 크고 윤기가 있어 관상 가치가 있는 데다 상록으로 겨우내 푸르러, 남부 지방에서는 정원수나 조경수로 심기도 한다.
다만 살이 무르고 저장성이 약해 시중에서 오래 유통되기 어렵다 보니, 대형 마트보다는 산지 근처나 제철 무렵에 만나기 쉽다. 그만큼 제철에 산지에서 맛보는 것이 가장 좋다. 초여름 남부 지역을 지날 일이 있다면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상큼한 제철 열매를 챙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