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을 먹을 때 위에 뿌리는 알싸한 가루를 두고 어른들이 ‘제피’라 부르신다. 산초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어떤 향신료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제피는 초피나무 열매의 껍질을 말려 빻은 향신료다. 지역에 따라 ‘젠피’, ‘난디’ 등으로도 불리며, 경상도와 전라도 음식에 특히 많이 쓰인다. 표준어로는 초피라고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알싸하고 화한 맛이다. 매운맛과는 다른, 입안이 살짝 얼얼해지는 독특한 향과 맛이 나서 소량만 넣어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대표적인 쓰임이 추어탕이다.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잡아 주는 데 제피만 한 것이 없어, 추어탕에는 으레 제피가루가 곁들여 나온다. 민물고기 요리의 비린내 잡이로 널리 쓴다.
김치에 넣기도 한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제피를 넣어 특유의 알싸한 향을 더하고, 젓갈의 비린 맛을 눅이는 데 쓴다.
산초와 자주 헷갈린다. 둘은 비슷한 나무의 열매지만 다른데, 제피(초피)는 잎과 열매껍질을 향신료로 쓰고 향이 강한 반면, 산초는 주로 열매로 기름을 짜거나 장아찌를 담근다.
향이 워낙 강해 넣는 양이 관건이다. 조금만 넣어도 향이 확 퍼지니, 익숙지 않으면 아주 조금씩 넣어 맛을 보며 조절하는 것이 좋다.
지역 향신료라 낯선 사람에게는 향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비린내를 잡고 음식에 개운함을 더하는 데는 특별한 역할을 해, 남부 지방 음식의 숨은 비결로 꼽힌다.
보관은 밀폐해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좋다. 향이 생명인 향신료라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향이 날아가니, 조금씩 사서 밀폐 용기에 담아 두고 쓰는 것이 낫다. 냉동실에 넣어 두면 향이 더 오래 유지된다.
정리하면 제피는 초피나무 열매껍질로 만든, 알싸한 향이 특징인 향신료다. 추어탕이나 민물고기 요리의 비린내를 잡는 데 쓰니, 알고 나면 그 알싸함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