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은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깊은 풍미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는 전통 발효식품입니다. 그런데 요즘 청국장을 보면, 예전 할머니께서 띄워주시던 그 맛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 이유는 바로 ‘전통 방식’과 ‘현대식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같은 청국장이라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향도, 질감도, 심지어 영양소 구성도 달라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전통 청국장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삶은 콩을 볏짚 위에 얹어 따뜻한 온돌방에 두고, 자연 발효에 맡기는 방식이에요. 이 과정에서 볏짚에 붙어 있는 고초균이 콩에 옮겨가면서 발효가 이루어집니다. 온도와 습도는 사람 손으로 맞추고, 하루하루 콩의 상태를 살피며 정성스럽게 돌보는 일이 필요하죠. 발효 기간은 보통 2-3일 정도이며,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습니다.
반면 현대식 청국장은 위생과 효율을 위해 고초균을 따로 배양하여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발효기에서 콩을 띄우기 때문에 품질이 균일하고, 대량 생산에 적합합니다. 발효 속도도 훨씬 빠르고, 냄새도 전통 청국장에 비해 덜 자극적이에요. 그래서 청국장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나 냄새에 민감한 분들에게는 현대식 청국장이 부담이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간편함 속에서도 전통 청국장만의 깊은 맛과 풍미는 따라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전통 방식은 고초균 외에도 공기 중의 미생물이나 자연 환경의 영향을 받아 더 복합적인 발효가 일어나고, 그래서인지 특유의 고소함과 텁텁하지 않은 뒷맛이 살아 있습니다. 입안에서 맴도는 짭조름함과 구수함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그 맛은 기계 발효로는 흉내 내기 힘든 부분이에요.
또 하나 차이점은 질감입니다. 전통 청국장은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풍부하게 나오는데, 이게 바로 고초균이 잘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반면 현대식은 점액질이 상대적으로 덜하거나 균일한 편입니다. 물론 이 점액질이 취향을 타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덜 끈적한 현대식이 오히려 좋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영양 측면에서도 두 방식 모두 단백질과 이소플라본, 유익한 미생물이 풍부하지만, 전통 방식은 자연 배양된 다양한 균주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장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단, 위생적인 부분에서는 현대식이 더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전통 청국장은 손맛과 자연의 리듬을 담고 있는 ‘느림의 음식’이라면, 현대식 청국장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실용적인 건강식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걸 선택하든, 청국장이 가진 건강한 힘만큼은 같다는 점에서, 입맛과 상황에 따라 즐기는 방식만 달라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