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혈압약의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흔히들 ‘소금은 혈압에 안 좋다’라고만 알고 계시지만, 이걸 혈압약 복용 중인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건 약간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소금이 직접적으로 혈압을 올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건 아니고, 복용 중인 혈압약의 종류에 따라도 해석이 달라집니다
먼저 고혈압 환자의 기본 원칙은 염분 섭취 제한입니다. 나트륨이 체내에 많아지면 수분이 함께 끌려 들어와 혈관 내 체적이 늘어나고, 이게 혈압을 높이게 되죠. 그래서 ‘싱겁게 먹으라’는 말은 무조건적인 조언이라기보단, 일단 시작점 같은 조치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혈압약을 먹고 있는 상태라면, 약이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를 함께 봐야 해요. 대표적인 예로, 이뇨제 계열의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나트륨뿐 아니라 칼륨 손실도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지나치게 소금을 제한하면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어요. 반대로 ACE 억제제나 ARB 같은 약을 먹는 분들은 칼륨이 체내에 쌓일 수 있어서, 저염식 하면서도 칼륨이 과잉되지 않게 주의해야 하죠
게다가 지나치게 염분을 제한하면 오히려 혈압약의 효과가 과하게 나타나 저혈압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고,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상태 말이에요. 특히 나이가 많은 고혈압 환자라면 혈압이 너무 떨어지는 것도 위험해서 조절이 중요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소금 민감성’이라는 개념입니다. 같은 소금을 섭취해도 혈압이 확 올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이건 유전적이거나 체질적인 요인도 있어서 꼭 검사를 통해 파악할 수는 없지만, 식단 조절 후 혈압 변화 패턴을 보고 의사와 상담하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혈압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금을 확 줄이는 건 정답이 아니고, 적절한 제한은 필요하지만 약의 종류, 개인의 상태, 기존 식습관에 따라 달리 해석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함께 식단을 살펴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수준을 찾아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의사 지시 없이 극단적인 저염식을 시도하는 건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셔야 해요